코로나로 갇혀 있는 시간 늘며 자유로운 옷입기로 유행 흘러
재택근무중 상의는 정장 입고 카메라 안 잡히는 하의는 맘대로
편한 잠옷차림으로 거리 활보… “이렇게 반응 뜨거울 줄 몰랐다”
재택근무와 격리가 일상화된 시대, 상의만 제대로 갖춰 입은 상하의 따로 패션과 잠옷인 듯 잠옷 아닌 상하의 세트가 새로운 패션의 중심에 섰다. 사진 출처 페기 구·육스.
최근 브랜드 알렉산더 왕은 블라우스에 숄더백까지 멘 여성이 내의 같은 회색 면 레깅스와 두꺼운 양말, 운동화를 신은 사진을 ‘출근용 캐주얼’이라며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재택근무(WFH·Work from home)로 인해 일반화된 ‘상하의 분리 패션’을 재치 있게 연출한 것이다. 요즘 패션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격리의 시대를 맞아 ‘무엇을 입어야 할 것인가’란 화두로 떠들썩하다. 재택근무에서 영감을 받은 ‘상하의 따로따로 패션’을 비롯해 상식을 깨는 새롭고 자유분방한 옷 입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상하의 따로 패션은 화상회의 등 상반신만 외부에 노출되는 재택근무 환경에 맞추다 보니 탄생한 옷차림이다. 카메라에 잡히는 상의는 격식을 갖춰서 입되 안 보이는 하의는 대충 입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콕 패션을 공유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민망하게 여겨지던 이 옷차림은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드레스코드가 됐다.
일반인이 자신의 재택 패션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WFHfits’에는 상의로 블레이저를, 하의로 잠옷을 택한 이들의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주류 패션계의 주목까지 받기 시작한 이곳은 생긴 지 일주일 만에 팔로어가 22만 명을 넘으며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패션에 대한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조류는 ‘잠옷 패션’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잠옷을 입고 외출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최근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 스콧 슈먼은 파자마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뉴요커 사진을 공개하며 “재택근무의 영감 덕에 파자마가 침실에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상하의 파자마 세트를 입고 도로를 활보하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뉴요커의 모습에 ‘파자마가 이렇게 스타일리시할 줄 몰랐다’는 호응이 쏟아졌다. 보그는 한술 더 떠 “일상에서의 옷 입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라며 “홈웨어와 정장의 중간쯤에 세련된 파자마 세트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잠옷인 듯 잠옷 아닌’ 파자마 스타일 옷은 올해 봄 유행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홍보대행사 APR의 강다영 과장은 “순면, 실크처럼 잠옷 느낌이 너무 강한 스타일보다는 파자마 특유의 편안함은 살리면서도 가까운 곳으로 외출할 수 있게 변형한 옷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재택근무와 격리라는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에서 ‘오피스 드레스코드’를 파괴한 옷을 입고 그것을 공유하는 건 창조적 활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스트레스 없이 입기(dressed not stressed)’란 해시태그와 함께 침실에서 대형 부츠를 신은 자신의 과감한 집콕 패션을 여러 장 공개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영감을 유지하는지 계속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