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합의, 유가 끌어올릴까
○ 970만 배럴 감산에도 여전한 공급 과잉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실망에 가까웠다. 이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오전 중 7% 넘게 올랐으나 이후 상승 폭이 1%대로 떨어졌다. OPEC은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으로 4월 세계 원유 수요가 15%, 일평균 약 20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OPEC플러스와 미국 등 비(非)OPEC 회원국의 감산 예상치를 다 합쳐도 1500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블룸버그는 “감산량이 너무 작고 (합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 합의가 발효되는 다음 달 1일까지 3주간 원유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유가 상당 기간 지속… 국내 정유사 충격
이번 합의로 국제유가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모습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태드에너지 분석가 페르 마구누스 니스벤은 12일(현지 시간) CNBC에 “이번 협상은 에너지 산업과 세계 경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최소한의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저유가로 인한 충격이 국내 산업계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4곳은 1분기 2조 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또한 저유가로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공장 가동비 등을 뺀 비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2분기뿐만 아니라 연간 실적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도 저유가와 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산유국 등에서의 선박 발주 연기나 취소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마진이 다소 개선됐지만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면서 저유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상 저유가 수혜 업종으로 꼽혀 온 여행·항공업은 인적 이동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