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포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약은 본래 당뇨 합병증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돼 이미 안전성(약물 독성)을 시험하는 임상 1상을 마친 상태여서, 곧바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실시해 약효와 적정 투약량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압타바이오는 자사가 개발 중인 녹스(NOX) 단백질 저해제 후보물질인 ‘APX-115’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체세포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녹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등 다양한 체내 생리활동에 관여하는 산화효소로 체내에 7종이 있다. 하지만 녹스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반응성이 강한 활성산소가 형성되는데, 그 결과 염증과 섬유화 등 다양한 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타바이오에 따르면 APX-115는 두 가지 녹스의 활성을 조절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가 번식하려면 인체 세포 안으로 침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엔도솜이라는 세포내기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APX-115는 엔도솜 안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활성화시키는 녹스2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또 코로나19의 주요 증세인 급성 폐렴과 섬유화가 일어날 경우 이 과정에 관여하는 녹스4를 막아 증상을 치료한다.
압타바이오는 국내에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신속심사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최대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적정 투약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는 “이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쟁자는 아직 없다”며 “중증 이후 폐렴 소견을 지닌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