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하 삼성증권 책임연구원
올해 초 광고업계에서는 2020년 국내 총 광고비를 전년 대비 5.5% 상승한 12조6284억 원으로 예상했다. 국회의원 선거, 도쿄 올림픽,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된 데다 지난해 중반 이후 미중 무역분쟁, 반일 불매운동 등으로 위축된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상저하고’, 즉 하반기(7∼12월)부터는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에 올림픽은 연기됐고 소비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국내 광고시장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1∼6월)까지는 직간접적 악영향에 따른 역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영화관은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다. 스크린광고, 옥외광고 등 오프라인 광고 시장 규모는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전통매체 역시 역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상파 3사의 올해 1분기(1∼3월) 광고 매출은 예상 대비 40% 감소했고 4월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상반기 집행이 중단된 광고가 하반기로 이연되면서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보다 더 뚜렷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이 안정화되면 광고주인 기업들은 영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여기에 이연 수요까지 더해져 기존 광고비 집행 규모로 회복되거나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총 광고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조25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으나 이듬해인 2010년에는 19% 늘어 역성장 이전의 시장 규모로 바로 돌아가기도 했다.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 효과가 현 시점에서는 크지 않은 만큼 기업이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광고 집행 축소는 불가피하더라도 광고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돌아올 것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