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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강력통제 약발 다했나… 코로나 하루 2000명 확진 비상

입력 | 2020-04-14 03:00:00

초기 강력한 규제로 확산 적어… 지난달 말부터 환자수 폭증 시작
정부 불신 커 통제 잘 안 따라… BBC “모스크바 공원, 지금도 북적”
中 38일만에 신규확진 100명 넘어… 대부분 러서 유입 추정돼 비상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무사안일 의식이 맞물려 최근 확산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초기 러시아 정부는 강력한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일찌감치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고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전자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달 31일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7만 개의 안면 인식 카메라를 활용해 자가 격리 위반자를 적발했다. 이달 30일까지 전 국민 유급휴가를 선포해 사실상 의무적인 자가 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인구는 1억4000만 명으로 세계 9위의 인구 대국이지만 지난달 19일까지 확진자는 채 200명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확산세가 가팔라졌다.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수도 모스크바에서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인 1355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러시아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8328명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는 검사 횟수가 늘었고, 해외 유입 감염자의 2차 전파가 시작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바이러스가 이미 1월부터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고 △확진자 수 공개가 투명하지 않았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경각심 감소가 합쳐져 나온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러시아 내 폐렴 환자가 7000명에 달해 전년 동기보다 37% 나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증세와 유사했다는 게 현지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정부가 위험을 은폐했던 상황을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 비교하는 글이 확산됐다고 CNN은 전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도 지난달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지 않아 아무도 진짜 상황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달 19일 모스크바 중앙의료센터에서 확진자들이 병원 담을 넘어 도망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BBC는 “모스크바 시민들은 여전히 공원에 놀러 다닌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료기관은 포화상태다. 모스크바 시내 외곽 병원까지 환자가 입원을 대기하고 있다.

불똥은 중국으로 튀고 있다. 12일 하루 동안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확진 환자 98명 가운데 최소 93명이 러시아에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와 인적 왕래가 잦은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만 러시아발 환자 49명이 발생했다.

이날 중국의 전체 신규 확진 환자는 108명으로 지난달 5일 이후 38일 만에 100명을 넘겼다. 러시아발 2차 확산 우려가 커지자 중국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접한 소도시 쑤이펀허(綏芬河)를 봉쇄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시는 러시아 등으로부터 온 입국자에 대해 지정 시설 강제 격리 14일, 자가 격리 14일 등 총 28일을 격리하는 초강력 조치를 내놓았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