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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절정의 컨디션 만들었는데… 마스터스 연기 아쉬워”

입력 | 2020-04-14 03:00:00

美 CBS와 인터뷰서 소회 밝혀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놀랍게도 마스터스에 맞춰 몸 상태가 정상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스터스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절정의 컨디션으로 참가했을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는 올해도 분홍색 철쭉꽃이 만개한 4월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그린재킷을 입는 꿈을 꿨다. ‘명인 열전’ 마스터스는 1997년 그가 역대 최연소(만 21세 3개월)로 정상에 오르며 ‘황제’의 탄생을 알린 대회이자, 지난해 11년 만의 메이저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무대다.

하지만 올해 마스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1월로 연기됐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13일(한국 시간)은 대회 최종일로 우즈가 자신의 상징인 ‘빨간 셔츠’를 입고 나와 필드를 누볐을지도 모르는 날이다.

이날 우즈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자택에서 가진 미국 CBS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마스터스에 얽힌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대회가 없어 주로 자택에 머물러서인지 우즈는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었다.

올해 마스터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1월로 연기된 가운데 우즈는 미국 CBS 캐스터 짐 낸츠(왼쪽)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우승을 회상했다. 덥수룩하게 수염이 난 우즈는 “아빠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당당한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특별했다”고 말했다. CBS 유튜브·

지난해 우승 장면을 다시 본 우즈는 “당시 내가 소리를 질렀는지 팔을 치켜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블랙아웃’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당시를 회상하며 울먹이기도 한 그는 “사람들은 내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 아버지(얼 우즈·2006년 작고)와 포옹한 장면을 많이 기억한다. 내게는 22년이 지나 어머니(쿨티다)를 같은 방식으로 껴안은 지난해도 특별하다”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연기가 아쉬운 우즈는 자택을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매그놀리아 레인’처럼 꾸며 눈길을 끌었다. 타이거 우즈 인스타그램

허리 통증 여파로 올해 2월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우즈는 마스터스 출전을 목표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왔기에 대회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매그놀리아(목련) 레인’(매그놀리아 나무 사이에 있는 골프클럽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자택을 꾸민 모습을 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앞서 그는 그린재킷을 입고 동료 선수들 대신 자녀들과 함께 ‘마스터스 챔피언 만찬’을 마련하기도 했다. 메뉴는 치킨과 파히타, 초밥, 밀크셰이크 등이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중단된 요즘에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 등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동시에 필드 훈련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골프장들이 폐쇄된 가운데 자택 인근에 있는 메달리스트 골프장은 개방돼 있기 때문. 우즈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철저히 지켜지는 가운데 훈련을 하고 있다. 카트는 홀로 타며 깃대는 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훈련 후 집에서 쉴 때는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 딸 샘, 아들 찰리와 함께 퍼즐 맞추기를 한다. 우즈는 “가족들과 2000조각짜리 퍼즐을 끝내고 3000조각 퍼즐에 도전 중이다. 나는 색깔 구분을 잘 하지 못해 퍼즐 맞추기를 하다가 식탁에서 쫓겨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11월에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타이틀 방어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마스터스는 연기됐지만 내 몸에는 힘이 넘친다. 대회 연기로 그린재킷을 더 오래 보관하게 됐지만 이런 방식을 원치는 않는다. 필드에 나가 다시 경쟁을 펼쳐 그린재킷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