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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100만의 벨기에에서 3만 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유럽에서 6번째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치명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다. 감염자가 많은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느슨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14일 오후 8시(한국 시간) 현재 벨기에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만1119명에 달했다. 10일 1684명, 12일 162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지난달 말부터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
벨기에의 누적 확진자 숫자는 유럽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에 이어 6번째로 많다. 벨기에의 인구는 1140만 명에 불과해 6000만 명이 넘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보다 훨씬 적다. 때문에 벨기에의 인구 100만명 당 감염자 수는 2639명으로 유럽에서 스페인, 스위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벨기에가 코로나19 주요 감염국이 된 원인 중 하나로 ‘샌드위치 효과’가 지목된다. 감염자가 각각 13만 명이 넘는 독일. 프랑스 사이와 국경을 맞대면서 바이러스가 유입되기 쉬웠다는 것이다. 실제 북부 지역인 플란데런에서 인근 유럽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지난달 초 귀국한 후 벨기에 내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됐다. 벨기에 감염자의 60% 가량이 플란데렌에서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벨기에는 지난달부터 이동제한령과 상점폐쇄령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부활절 연휴 동안 봄볕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와플과 아이스크림 가게 곳곳에서 줄을 서 있다가 경찰에게 적발됐다”고 브뤼셀타임스는 전했다. 또 벨기에 정부는 직장 근무 시 최소 1.5m 거리유지 조치를 내렸지만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328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85%(280곳)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달까지 하루 3000건 정도 시행했던 검사를 이달 들어 1만 건으로 늘렸고, 요양원 등 병원 밖 확진자·사망자도 정부 통계에 집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벨기에 코로나 사망자의 40%는 노인 요양시설, 3%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른 유럽국들에서 요양원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코로나 사망자의 42~57%가 노인 요양원에서 나왔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요양시설 내 코로나 감염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