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섬은 뉴욕시 브롱크스 북동쪽에서 배로 10분 남짓 걸리는 길이 1.6km, 폭 530m의 자그마한 섬이다. 남북전쟁 기간인 1864년 흑인부대 훈련장으로 처음 사용됐고 이후엔 정신병원, 스페인독감 사망자 무덤, 냉전 시기의 나이키 미사일 기지, 무연고자 시신 안치묘지 등으로 바뀌며 점점 뉴요커의 기억에서도 잊혀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 이후 하트섬은 매일 20∼30구의 무연고 시신이 몰리면서 뉴욕의 참상을 상징하는 비극의 장소로 변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며 물질문명의 발달을 상징하는 마천루 뉴욕에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놀랍기만 하다. 확산 초기에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함과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 주도의 공공보험 없이 사(私)보험에 의존하는 미국 공중보건 체계의 허술함도 한몫했다. 그 피해는 의료보험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감염병은 빈부(貧富)를 가리지 않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호화 요트나 별장에서 자가 격리를 하는 부자와 스포츠 스타들이 있는 반면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마스크도 없이 나서야 하는 가난한 이들도 허다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퇴근 후 관저에서 반려견을 쓰다듬고 독서하는 한가로운 모습을 담은 사회적 거리 두기용 홍보 영상을 찍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총리의 한가로운 모습 공개가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모욕하고, 위험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코로나19 확산이 21세기 지구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