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 모습. 세종=뉴시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말이다. 북한과의 외교가 교착 상태에 놓이고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네루 총리의 통찰을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과 워싱턴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현재를 잡으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안보 문제를 잠시 미뤄두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대비와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두 동맹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장기적으로 옥신각신하기보다 현재의 팬데믹과 유사한 잠재적 위기들에 대응할 중요한 통찰력을 발휘할 전문가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또 양국 공동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미래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위원회 위원들은 이번 위기의 초기 국면에서 아시아가 만들어낸 성공 모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대만, 싱가포르, 한국이 공유해야 할 탁월한 연구 사례들이다.
싱가포르는 공중보건, 교육, 첨단 기술, 시민 의무 등에 집중했다. 도시국가의 DNA, 초대 총리 리콴유(李光耀)의 전설적인 지도력, 동서양 및 역내 중계무역의 선두 지역으로 살아남아온 역사 등이 이를 가능케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택대피령을 내리면서 학생들을 즉시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인구 5100만 명 이상에 경제 규모 세계 12위의 중견국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대만 및 싱가포르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의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서울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이후 전염병 검사를 위한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해왔다. 한국은 단 16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던 2월 4일 첫 번째 검사키트를 승인했다.
동아시아의 사례들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첫째, 이들 국가는 공중보건 체계에 많은 투자를 했다. 둘째, 전염병 대응에 필수적인 의료, 기술, 법적 구조를 구축했다. 셋째, 시민들의 책임감을 이끌어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보여준 투명성과 신뢰는 정보 통제와 감시를 통해 뒤늦게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중국에 비해 민주주의 측면에서 훨씬 나은 교훈을 준다.
다만 서울 또한 필요한 데이터들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 자유에 대한 우려를 옆으로 놔뒀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보건 비상사태 시 사생활과 정보 보안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토론할 때 유용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인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모델들도 ‘오웰리언(Orwellian)’, 즉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감시 체제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다.
서울과 워싱턴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경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투자가 무엇인지를 찾는 데 위원회를 사용해야 한다. 양국은 비상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촉진하며 생물학적 위험을 탐지하는 수단을 발전시켜야 한다. 코로나19는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이 가장 우수한 역량을 동원해야 할 공통의 문제다. 현재에 충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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