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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는 안돼요”…선거운동만큼 조용했던 이낙연 ‘당선’ 장면

입력 | 2020-04-16 01:08:00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서울=뉴시스]


4·15 총선 투표 마감 1시간 전인 15일 오후 5시,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수십 명의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출구조사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으나, 다들 승리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차분하게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했다.

한 현장 관계자는 거듭 “환호하시면 안 됩니다. 박수만 조용히”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이 후보의 평소 방침을 따르는 듯했다.

관계자는 “겸손해야 하고, 또 내일은 세월호 6주기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여나 잊을세라 몇 번이고 지지자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지자들은 싫은 내색 없이 “알겠다. 걱정 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관계자의 거듭된 당부에도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과반 확실’이란 출구조사 발표가 나오자 “우와!”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만 금세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종로 개표 현황이 나와도 분위기는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바로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앞만 바라봤고, 지역별 판세를 확인한 후 조용히 박수만 쳤다. 개표가 한창이었지만 사무소는 잠시 한산해지기까지 했다.

관계자가 수시로 “안심하셔도 된다”며 사전투표 개표 현황을 현장에 전했다. 이 후보가 자주 들렀던 창신동의 사전투표 개표 중간 결과는 황 후보와 세 배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고 알렸다.

애초 ‘당선 유력’까지 확인한 이 후보 측은 오후 10시쯤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당선 확실’ 결과를 확인한 후 소감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1시간이나 빠른 오후 9시 무렵 ‘당선 확실’ 결과가 나왔다. 근처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 후보는 배우자 김숙희 여사와 서둘러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오후 9시36분, 몸을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였던 사무소 틈을 비집고 이 후보와 김 여사가 등장했다. 꽃다발을 받고 주먹 인사를 나눈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마스크로 절반이 가려진 이 후보 얼굴은 평소처럼 큰 동요가 없었다. 옅은 미소마저 보이지 않고 조용히 준비한 소감문을 꺼내 읽었다. 김 여사 역시 아무 말 없이 이 후보를 지켜봤다.

이 후보는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최선을 다해 애쓰신 황교안 후보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저와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으신 국민 여러분의 뜻도 헤아리며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감을 마치고 뒤를 돌아 다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사회자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이 자리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더 행사 없이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이 후보는 발걸음을 멈춰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고맙습니다. 큰 도움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너무 덥고 밀폐돼 있어서 모두를 위해 해산하는 것이 좋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고된 하루를 보낸 이 후보는 바로 교남동 자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후보의 하루는 이날 자정 경복고 대강당에 당선증을 수령하는 것으로 끝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