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사설 동물원 주인과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갈등 다뤄 살인청부-동물학대-동성애 등 충격-엽기적 사연으로 시청률 1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의 주인공 조 이그조틱이 키우는 호랑이와 함께한 모습(위 사진). 그는 사자,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을 사들여 동물원을 운영하고 순회 공연을 하며 돈을 벌었다.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인 캐럴 배스킨은 이그조틱의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그를 추적한다. 넷플릭스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직장인 박아름 씨(30·여)는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무법지대(Tiger king: Murder, Mayhem and Madness)’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난 박 씨는 우연히 타이거 킹 1회를 눌렀다가 이틀 만에 전 회를 몰아보기 했다.
박 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돼 아침에 온라인 메신저로 팀 회의를 하는데 ‘타이거 킹을 다 봤느냐’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된다”며 “다 못 본 직원은 결말을 ‘스포일러’하지 말라며 대화에 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오른쪽)이 딸, 아내와 ‘타이거 킹’ 등장인물의 복장을 따라한 모습. 사진 출처 실베스터 스탤론 인스타그램
배우 세라 하일랜드(왼쪽)와 약혼자 웰스 애덤스가 각각 ‘타이거 킹’의 조 이그조틱과 캐럴 배스킨으로 꾸민 모습. 사진 출처 세라 하일랜드 인스타그램
배우 재러드 레토가 조 이그조틱으로 변장하고 호랑이 인형을 손에 들었다. 사진 출처 재러드 레토 인스타그램
미국에 사는 직장인 서수정 씨(27·여)는 “지인들의 SNS에 타이거 킹과 관련된 ‘밈(재미있는 사진 영상 등을 변형해 올린 것)’이 수없이 올라온다. 미국에서 타이거 킹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조 이그조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타이거 킹 열풍은 인간의 본능을 거침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등장인물은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인 성욕과 권력욕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게다가 실화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더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완성도도 한몫한다. 제작진은 5년간 이그조틱, 그를 둘러싼 인물과 사건을 밀착 취재해 7개의 에피소드를 총 314분의 영상에 담았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그조틱의 성장 과정, 주변 인물, 이그조틱이 몸담은 비즈니스를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인물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깊이 있게 다면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