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충격 휩싸인 통합당
허리 굽혀 인사하는 황교안 대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저녁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21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통합당은 선거 막판 여권발 과반 가능설이 나오자 ‘폭주 견제론’으로 정권 심판 프레임을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 현 정권의 경제 실정과 국민 여론을 무시한 개혁 추진 등을 부각하며 ‘반문 정서’를 자극하려 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 황 대표는 당초 오후 11시경 선거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하려고 했지만 40분을 지체했고, 그 사이에도 개표 상황은 통합당에 더욱 악화됐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엔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 부디 인내를 가지고 통합당에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제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황 대표의 생일이었다.
통합당은 당분간 심재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 대행을 맡아 새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당 쇄신과 7, 8월경 열릴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당내에선 공식 선거운동 직전 통합당에 합류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과 함께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 기존 당 지도부들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 아예 새로운 인사를 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 내부에선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핵심 요인으로 선거 막판 중도층 표심을 날려버린 김대호,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동’과 황 대표의 전략·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통합당은 올해 2월 말까지만 해도 “지역구 130석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0석을 더해 과반 의석 달성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가까스로 보수 통합에 성공한 뒤 영남권 다선들을 대거 용퇴시킨 ‘물갈이 공천’에 따른 기대감이 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에 대한 ‘코로나 대처 실패론’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공천 막바지 공천관리위원회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면서 통합당의 공천 프로세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한선교 전 대표와 황 대표의 갈등, 6개 지역구 공천에 대한 황 대표의 ‘막판 뒤집기’ 등이 이어지면서 물갈이 공천으로 얻은 점수를 상당 부분 잃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을 시작으로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비하,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족 성적 비하 발언이 잇따라 터지면서 당 지지율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사이 당 자체 분석에서도 선거 막판 수도권 지지율이 4∼5%까지 내려앉아 많은 지역구가 열세로 뒤집어졌다. 당내에선 “리더십 부재와 막말 참극으로 끝난 총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