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민주당 압도적 승리 요인
당선 스티커 붙이는 이해찬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당선자들에게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시작으로 속속 당선자를 배출했고,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민주당이 승리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주요 선거 이슈를 덮어버린 영향이 컸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지만 1월 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이슈가 부동산 가격 급등,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논란 등 선거 주요 쟁점을 집어삼켰다는 것.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코로나19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경제 실정 이슈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한국과 해외의 코로나19 상황이 역전된 것도 정권 심판론보다는 정권 지지론에 힘을 실어줬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이던 1월 말 여론조사(1월 28∼30일 한국갤럽 조사·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41%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던 34%까지 하락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이슈를 앞세워 정부의 방역 실패를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국내 확진자 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도 반등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둘째 주(7, 8일·한국갤럽 조사) 57%로 올랐고, 민주당 지지율도 두 달여 만에 10%포인트를 회복하며 44%를 기록했다.
동시에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야당 복’ 덕분에 승리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선거 직전까지도 20% 안팎으로 형성됐던 중도층이 선거 막판 막말 퍼레이드를 벌인 통합당 대신 민주당으로 대거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과 달리 국민의당 등 확실한 제3정당 없이 범진보 대 범보수의 확실한 진영 대결 구도로 짜여진 선거판에서 통합당이 선거에 임박해 치명적인 실수들을 이어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막판까지 경합지가 많았던 수도권 중도층 표가 대거 빠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예기치 않은 (막말) 파동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세가 올라가다가 주춤하거나 꺾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던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민주당도 선거 막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과 이해찬 대표의 ‘과반 의석 가능’ 발언으로 막판 ‘오만 프레임’에 걸렸지만, 야당의 폭주 견제론이 먹히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악재를 겪으면서 일찌감치 ‘예방주사’를 맞았고 선거 막판에 상대적으로 실수를 덜 했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민주당만 빼고’ 역풍이 불자 2월 18일 공식 사과해 수습했고, 코로나 민심에 기름을 부었던 홍익표 전 수석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발언 논란이 불거진 것도 2월 말이었다. ‘조국 사태’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해를 넘기면서 코로나19 사태에 가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합당으로서는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권 심판론’을 제대로 점화시키지 못했다”며 “여권도 이번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선거 기간을 반추하고 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