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선후 바뀔 기업환경 촉각 “정치 불확실성 사라져 긍정적… 수소경제 등 미래사업 연속될것”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강화 불안 목소리도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곳에서 주요 경영진에 16일 오후 늦게 전달된 보고서 제목이다. 총선 주요 당선자의 핵심 공약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데 따른 경영 영향 분석 등이 담겼다. 다른 기업들도 여당 압승이 향후 사업 및 경제 관련 법안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확실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현 정부는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을 펼 것이라는 게 내부 분석”이라며 “현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경제개혁 입법이 무엇인지, 이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추진력을 얻었다는 점을 기대 요인으로 꼽았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총선 결과를 기업인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경제를 제대로 살리라는 의미로 본다”며 “어느 때보다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수소경제, 친환경 등 현 정부와 기업이 논의하고 준비해 왔던 미래 사업들이 변화 없이 추진될 수 있어 반길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4·15총선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 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여당이 정권 초기부터 드러내온 재벌 개혁 기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 경영상 부담이 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등 각종 시행령 개정에 반대해 왔는데도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시행령을 넘어 아예 법률을 개정하기 쉬워져 기업인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은 현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을 주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각종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 대표는 총선 직전 열린 내부 임원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LG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한다. 또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경영진에 “성금이나 물품을 기부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에게 도움이 될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일 dong@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