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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당제 한다더니 거꾸로 양당·지역 대결구도 심화시킨 선거법

입력 | 2020-04-17 00:00:00


4·15총선 결과 제3당이 몰락함으로써 양당 구도가 강화됐다. 개표 결과 정의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5석 등 6석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의원들이 중심이 돼 새로 만들어진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총선에서 이번처럼 제3당이 두 자릿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2016년 20대 총선만 해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었다.

4·15총선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4+1연합’에 의해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처음 실시됐다. 개정 선거법은 소수정당에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기회를 줘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고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연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소수정당의 규모를 쪼그라뜨렸다. 지역구 득표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몫에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위성비례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섰다. 그 결과 양당 구도가 강화되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졌다.

지역 대결 구도도 한층 강화됐다. 호남은 민주당 일색으로, 대구경북은 통합당 일색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광주 전북 전남의 28개 의석 중 무소속 당선 한 곳을 빼고 27개 의석을 얻었다.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개 의석 중 무소속 당선 한 곳을 빼고 24개 의석을 차지했다. 20대 총선만 해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2명을 당선시켰다.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1명을 당선시켰다.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얻은 23개 의석은 이번 총선에서 도로 민주당 차지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위성비례정당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다가 자신들이 한사코 반대하던 위성비례정당을 스스로 창당하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진보 보수 진영 간 대립과 국론분열이 심화된 상황에서 꼼수가 꼼수를 낳은 선거법은 완화되던 지역구도와 양당 대결구조를 민주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잘못된 선거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