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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초유의 巨與, 절제와 통합이 총선 민의에 부합하는 길

입력 | 2020-04-17 00:00:00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번 4·15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했다. 거기에 친여 위성비례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나아가 그간 여당과 공조해온 정의당, 무소속까지 합하면 190석에 이른다. 이런 거대 집권당의 탄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총선 압승으로 거대여당이 얻는 힘은 막강하다. 국회 의석수가 5분의 3을 넘기면서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다수당의 단독 날치기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국회 선진화법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도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여당은 입법 활동에서 사실상 무제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승리는 정부 여당에는 국정운영의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더욱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에 자제를 요청하는가 하면 압승이 확인된 뒤엔 “무섭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게 비록 표정관리용 쇼일지라도 이런 절제와 신중함이야말로 향후 국정을 펼쳐 나가는 데 필요한 핵심 덕목일 것이다.

그런 한편에선 벌써부터 친여세력 일각의 요란하고 들뜬 목소리도 들린다. 이른바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끌던 인사들은 벌써부터 이번 압승의 여세를 몰아 주류세력의 완전 교체, 보다 센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탓에 이번 총선은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취지가 약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총선 승리를 마치 국정 독주(獨走)의 허가증처럼 여기는 맹목적 추종세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민주당은 개헌 빼곤 다 할 수 있는 힘을 쥐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개헌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이 자만을 낳고 잘못 쓰이면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을 낳을 뿐이다. 민심은 매섭고 무섭다. 선거는 끝났고 자축은 하루로 족하다. 민주당은 일부 지지층의 흥분도, 패배한 야당의 냉소도 가라앉히면서 국민적 통합에 나서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한다. 이제 누구를 이기는 승리가 아니라, 남은 문재인 정부 2년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