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당 압승]여야 득표율 맞선 비례선거
민주 5곳-통합 3곳 가져간 충북… 비례투표선 한국당 36.26%로 1위
“찍을 후보 없어도 黨은 성향따라”… 범진보 52.2%-범보수 41.54% 득표
예전 총선 팽팽했던 양상 깨져… “진보 유권자 많아지고 있다는 것”
4·15총선에서 실시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은 33.84%, 더불어시민당은 33.35%의 득표를 얻었다. 지역구 후보를 포함한 전체 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큰 차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팽팽히 맞섰다는 의미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미래한국당은 경북(56.76%), 대구(54.79%), 경남(44.6%), 부산(43.75%)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얻었고, 더불어시민당은 광주(60.95%)와 전남(60.34%), 전북(56.02%)에서 절반이 넘는 득표를 기록했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의 득표가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선거 성적표와 비슷하게 맞물린 것. 다만 미래한국당이 36.26%의 득표로 더불어시민당을 누른 충북 지역에선 지역구 8곳 가운데 민주당이 5곳, 통합당이 3곳을 차지했다. 비례대표와 지역구 투표 결과가 엇갈린 것.
눈물 흘린 심상정, 고개 숙인 손학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 사진)가 16일 총선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6석에 그쳤고 민생당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김재명 기자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구 투표에선 개인적 친소 관계나 호불호 때문에 정치적 지향에 따른 지지 정당과 후보 선택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정당 투표는 유권자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자질 등이 변수로 작용하는 지역구 투표와 달리 정당 투표는 보수와 진보 같은 유권자의 이념적 성향이나 지지 정당이 더욱 뚜렷하게 구별된다는 것.
이번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진보와 보수 등 ‘진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범진보 진영(더불어시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민생당, 민중당)이 얻은 득표의 총합은 52.2%로, 범보수 진영(한국당, 국민의당, 우리공화당, 한국경제당)의 득표 41.54%보다 10.66%포인트 높다. 2016년 20대 총선 정당 투표에서 33.50%를 얻은 새누리당과 32.7%를 득표한 범진보 진영(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팽팽히 맞선 것과 다른 결과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42.8%, 자유선진당 3.2% 등 보수 성향 정당들이 얻은 득표의 합은 48.2%로,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 등 진보 성향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 48.5%와 비슷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그동안 한국 선거에선 유권자 구성이 보수가 진보보다 많거나 적어도 비슷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비례대표 선거 결과는 한국에서 이미 정치 질서의 재편이 이뤄졌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미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결정적 선거(critical election·정당을 지지하는 계층과 지역에 변화가 발생하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조 교수는 “이번 비례대표 선거 결과는 한국의 유권자 정치성향 분포에서 진보 지지층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