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당 압승]총선 패배 충격… 정상화 시일 걸릴듯
김종인 “국민 지지 얻기에 부족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패닉 빠진 통합당
통합당은 이날 오전 당 회의실에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사실상 공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하루를 보냈다. 황 전 대표가 전날 사퇴하고 최고위원 7명 중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을 제외한 6명이 낙선하면서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가 빚어져서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박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현 정권 심판이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정서를 무시하고 실망시킨 통합당 심판이 주 이슈가 돼버렸다”고 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경 의원은 황 전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탈당! 정계 은퇴! 아니 그 이상의 엄중한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 초보자의 대권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라며 황 전 대표를 비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린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집권 세력의 ‘폭망’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주변 세력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냉철한 정치 현실을 똑바로 읽는 것이 먼저”라고 한탄했다.
○ 정상화까지 상당 시일 걸릴 듯
당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 당헌·당규상 대표가 사퇴하면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는다. 2016년 새누리당 시절 4·13총선에서 패배한 직후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고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사례가 있다.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당대회를 열고 이정현 대표를 선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 안팎의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세워 비대위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합당 후 안철수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5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안 대표와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힘을 합쳐서 대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 ‘무소속 4인방’의 복당 여부도 변수다. 권 당선자는 16일 바로 복당을 신청했고 홍 전 대표도 “조기 복당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이 당 수습을 주도할 거란 전망도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