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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못읽는 보수정치, 아직도 주인공인줄 알아”

입력 | 2020-04-17 03:00:00

[뉴스 분석]103석 통합당 32년만의 최악 참패
“공감능력 제로, 진정성 못보여줘… 중도층 품을 체질 변화 필요” 지적



김종인 “국민 지지 얻기에 부족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미 주류에서 밀려났는데도 아직도 주인공인 줄 알고 변화의 흐름을 전혀 못 읽는 공감 능력 제로의 꼰대 정당.”

4·15총선에서 대패한 다음 날인 16일, 미래통합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요약한 말이다. 2016년 총선부터 이듬해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까지 전국 선거 4연패는 민주화 이후 어느 정당도 경험하지 않은 궤멸적 패배. 통합당이 얻은 103석 역시 1988년 13대 총선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보수진영과 학계에서는 통합당의 기록적인 참패로 끝난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 보수정치의 명백한 몰락인 동시에 뿌리부터 새로운 보수의 가치 재건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보수의 몰락이다. 시대적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며 “중도층 유권자를 못 잡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점이 이번 총선 결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진정성, 공감, 온정 등의 사회적 가치가 보수 진영에선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기본 철학, 방향, 노선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도 지난해부터 ‘중도층’ ‘2040세대’ ‘여성’을 총선의 핵심 타깃으로 삼았지만 전략과 액션 플랜은 실종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가 진보진영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내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는데 이상한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는 식의 사고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 구로을에서 패한 통합당 김용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유권자를 만났을 때 ‘문재인 정부도 못하지만 당신들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실력과 품격을 못 갖췄다’는 말이 가장 아팠다”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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