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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역사상 최대 위기 “다 바꿔야”…‘슈퍼여당’ 앞 놓인 통합당

입력 | 2020-04-17 09:12:00

4·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1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인근에서 종로구청 직원들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의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21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 News1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받게 됐다. 총 180석을 차지하면서 ‘슈퍼여당’으로 자리매김한 더불어민주당과 2년 뒤 대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기 위해서는 ‘강경투쟁 일변도’ 행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9석을 합해 총 103석의 의석을 얻었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56석을 얻으면서 텃밭을 사수했지만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는 16석에 그쳤다. 수도권은 민주당이 103석을 차지하며 장악했다. 20대(31석)와 비교해도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통합당으로서는 수도권 민심이 반영될 통로가 사라진 셈이다.

이같은 참패는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강경일변도의 대여투쟁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외연확장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대표 취임 이후 민생투쟁대장정, 삭발, 단식, 광화문집회까지 대규모 장외투쟁을 이어왔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과 신설합당하며 외연확장 의지를 보였지만 사실상 구호에 그쳤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된 것은 물론 사실상 개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당은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은 크게 약화됐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장 통합당은 총선 참배를 수습하고 21대 국회와 대선 등을 준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또는 조기전당대회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심재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비대위 구성에 돌입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역할보다는 당 재건에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당 내에서는 총선 참패가 21대 국회를 넘어 2년 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런 전망 때문에 당 쇄신은 더욱 절박한 과제로 제기된다. 의석수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103석으로도 충분히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향후 대선에서 집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당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 만큼 지금까지의 강경일변도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당 운영 과정을 주도했거나 관여한 사람들은 모두 다 뒤로 물러나야 한다. 조건 반사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는 역량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면 대선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껍데기만 남겨놓고 내용을 모두 바꿔야 한다. 극우세력과 단절이 되지 않으면 집권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다. 만약에 (통합당이) 150석이라 해도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보지 않고 견제를 위한 견제를 하면 21대 국회도 (20대와) 똑같아질 것”이라며 “(이번 총선 결과가) 한국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