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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교섭단체’ 카드 만지작…시민당·한국당, 눈치싸움 들어가나

입력 | 2020-04-17 17:31:00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모(母) 정당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2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각각 17석, 19석을 확보한 시민당과 한국당은 ‘의원 빌려오기’나 다른 군소정당과의 합종연횡으로 20석을 채운 뒤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4.16/뉴스1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우희종 공동대표와 비례대표 당선인 17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 생존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전 당초 합당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장 추천위원회에 ‘야당 몫’ 추천위원 2명 중 1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독자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논의를 진행한 바는 없다”며 “통합당이 미래한국당과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해나갈지 보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및 염동열 총괄선대본부장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21대 국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적은 다짐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4.17/뉴스1


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한국당 역시 독자 교섭단체 구성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이다.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이날 “통합당과의 합당은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한 분만 모셔오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기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석이 84석으로 쪼그라든 통합당은 교섭단체를 추가로 만들어 여당을 견제할 힘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다. 교섭단체 지위를 얻게 되면 국회 부의장,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다 교섭단체들에게 배분되는 정당보조금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한국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국민의당에 합당 제안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으로부터 ‘의원 빌려오기’에 나섰다간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가기 어려운데다 중도개혁 성향의 국민의당과 합당하면 당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통합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 가능성에 대해 “오늘은 구성원들과 서로 격려하는 자리”라면서 “의원 3명이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