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비즈니스도 메시지가 핵심
중구난방 분열되면 듣는 이 ‘갸웃’
내부소통-화합 실패는 패배 지름길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승패의 대부분을 광고쟁이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맛보았다. 광고회사들은 늘 수주 전쟁을 벌인다. 정부 발주 일은 가격이 싼 순서로 낙찰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아이디어와 솔루션이었다. 일 년 내내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고 큰 프로젝트는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이 걸려 있으므로 광고회사들은 역량을 총동원한다. 우리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좋은 캠페인을 하기 위해 애쓰며 무수히 많은 밤을 새웠다.
기업들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는 방식엔 공통점이 있다. 중요할수록 많은 사람을 투입한다. 광고회사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여러 직종의 친구들이 참여해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살피고 소비자 데이터를 모으고 시장을 분석하고 크리에이티브와 매체 전략을 고민한다. 그런데 사람들 생각이 같을 리가 없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저마다의 생각이 분명하다.
조직을 대변하는 메시지는 통합된 하나의 메시지라야 한다. 하나의 목소리로 승부를 거는 거다. 그런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부서마다 저마다의 입장이란 게 있고 자존심도, 밥그릇도 걸려 있어 부서를 넘어선 협력은 꽤나 어렵다. 처음엔 생각만 달랐는데 시간이 가며 감정까지 쌓이면 끝내 의견 조율이 안 되기도 한다. 더욱 나쁜 것은 리더들이 서로 소통하지 않는 경우다. 리더가 서로 만나 얘기하면 간단하게 정리될 것을, 자기들은 소통하지 않고 부하 직원들만 닦달한다. 밑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끙끙 앓는 사이 시한이 다가온다. 어떡하든 마무리를 해보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엔 조금씩 자포자기 기운이 퍼지고 하나로 꿰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얼기설기 엮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간다.
이때 회사를 대표해 클라이언트 앞에 선 프레젠터(발표자)가 과연 자신 있게 메시지를 주장할 수 있을까? 스스로 확신해도 타인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단단하지 않은 메시지를 힘주어 설득할 수 있을까? 그뿐이 아니다. 채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라는 걸 클라이언트도 알아차리고 아픈 질문을 날린다. “앞에서 한 얘기와 뒤에서 하는 얘기가 서로 다르네요. 어느 게 우선인가요?”
모든 경쟁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패배한 경우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경쟁자에게 지는 게 아니라는 것. 먼저 무너진 상태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것. 경쟁자의 더 좋은 아이디어는 피니시 블로(마지막 결정타)일 뿐 실은 패배의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현장에서 발화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잘해야 경쟁자에게 지는 거지, 대개는 스스로 무너져 패배한다는 게 맞는 진단이다. 싸움도 하기 전에 무너져 지고 들어가는 이유가 내부 분열이든 무엇이든 간에 문제의 중심엔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은 그저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아 뿔이 난 사람도 내치거나 튀어 나가지 않도록 살피고 보듬는 것, 계속 남아 동료를 돕도록 하는 것, 그래서 생각도 입장도 다른 모두가 계속 ‘우리’로 일하게 하는 것, 이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의 실패가 모든 원인은 아니지만 패배한 조직들엔 대개 소통의 문제가 있다. 이참에 각자가 속한 조직을 살펴보면 좋겠다. 이미 이곳저곳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