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매매 급감에 부동산 공식 깨져

19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 가격이 붙어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금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 요건이 신설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거주를 택하는 비중이 확실히 늘었다”며 “전세 물량이 생각보다 적은데 신축을 선호하는 이들은 여전해 전세금이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4057채 규모의 고덕 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의 전용면적 59m² 전세는 지난달까지 4억7000만∼5억 원에 실거래됐다. 반면 이달에는 전세금의 호가가 6억 원이 넘는 일부 물건도 등장했다. 고덕동 일대는 지난해 9월 고덕 그라시움(4932채)을 시작으로 12월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859채),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채) 등 1만3000여 채 입주 물량이 쏟아진 곳이다. 그러나 강동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지난해 8월 3.3m²당 1711만 원에서 지난달에는 1750만 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매매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은 탓이 크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최근 중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76m²가 18억 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최고 21억50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에 비해 3억 원가량 떨어졌다. 반면 전세금은 같은 면적대가 지난해 4월 3억7000만∼4억90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1년 뒤인 이달에는 5억∼5억9000만 원으로 1억 원가량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이주 수요는 줄지 않는데 정부 규제가 매매를 억제하는 방식이라 수요가 전세로 옮겨 간 탓이 크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작아 당분간 전세시장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를 맞이한 것 역시 전세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도 기대 이자 수익이 1%도 안 되는데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4∼5%의 이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세 물량이 대거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전세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