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과 관련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었다”며 “대구 시민들은 서로 응원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제공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6일 발행본에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전략: 국가 전체를 검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대구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에 대해 소개했다. 슈피겔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미국처럼 됐을 것”이라는 대구시의사회 관계자의 설명을 전하면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를 높게 평가했다. 슈피겔은 “대구시의사회와 대구시가 결정한 이 전략(전수조사)은 바이러스가 많은 시민을 감염시키는 것을 막았다”며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병실 운영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 전략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소개하는 외신 보도가 최근 잇따랐다. 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태를 맞은 대구시는 불안해 보였다. 확진자는 급증했고 하루 뒤 상황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대구시민이 감내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았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은 매출 급감으로 피해가 막대하다. 전통시장은 최악의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 모두가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에 강한 대구시민의 유전자(DNA)는 코로나19에 맞서 놀라울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다. 전국에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의 힘을 확인했다.”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각국에서 어지러운 대응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구의 초기 대응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 실시한 ‘328(3월 15∼28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대구운동’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성공적인 모델이었다.”
―대구시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방역 대응 초기에 수많은 음모론이 있었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 전수조사와 병실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방역을 방해하는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돼 참담한 심정이었다. 정치이념으로 치우진 논란에 휘둘려 방역에 혼선이 생겼다면 코로나19의 지역 확산과 전국 전파를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대구시민과 대한민국 공동체가 보여준 연대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됐다.”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자와 완치 후 재감염 등 ‘스텔스 바이러스’라고 불릴 정도로 조용한 확산이 특징이다. 얼마든지 폭발적인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방역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구는 이미 경험한 일들이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 참여를 통한 방역을 내세운 대구형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데….
“20일부터 대구 전역과 모든 분야로 확산하는 방역을 연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한다.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 200여 명이 참여하는 코로나19 극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 사업장별, 일상 속에서 지켜야 할 방역 지침을 마련한다. 문화 교육 교통 체육 돌봄 등 여러 분야의 세세한 수칙을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19 대구 백서’를 통해 방역도시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