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면서 동시에 무지한 멘턴… 경험과 지식은 계승해야 할 자산
하임숙 산업1부장
그렇기에 불현듯 깨달음이 찾아올 때 축 처지고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낡았다는 걸 일단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면 새 길이 열리기도 한다. 이를 몸소 보여준 사람이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로 일했던 칩 콘리다.
‘주아 드 비브르 호스피탤리티’라는 부티크 호텔기업을 창업해 24년간 운영했던 콘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기가 침체되자 2010년에 기업을 매각했다. 여러 강연과 책을 통해 그는 “당시엔 스스로 구식 호텔 경영자라고 생각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짐작할 수 있는 대로다. 처음엔 파트타이머였지만 그가 제공하는 경험과 노하우의 가치는 컸고, 그는 멘턴을 벗어나 글로벌 접객 및 전략 책임자로 5년간 일했다. 현재도 콘리는 에어비앤비의 전략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콘리의 책을 읽은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사회도 앞으로 멘턴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대교체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 됐지만 낡은 세대의 사람들이 내려놓으려는 자세만 돼 있다면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습득해야 한국 사회는 더 빨리, 더 낫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멘턴이라는 ‘쿨’한 직급이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한국에선 거의 불가능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체면과 타이틀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선 아무리 새로운 업종이라도 가르치기만 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배우려는 나이 든 사람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CEO가 이끄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굳이 ‘꼰대’를 모셔 와야 할 이유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앞으론 바뀔 수밖에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변화했고, 한국인들은 그 변화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매뉴얼 사회에 갇혔던 일본, 늘 도와주던 입장이라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부적응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집단적 창의성과 유연성으로 변화무쌍하게 대응했다.
국제적 질서부터 경영, 사회적 관계, 소비자 습관까지 모든 걸 바꿔 ‘뉴노멀’을 만들어가야 하는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경험과 지식을 가진 데다 새 지식에 열려 있는 멘턴들은 훌륭한 사회적 자산이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