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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이너스 성장[횡설수설/신연수]

입력 | 2020-04-20 03:00:00


최근 선진국들의 의료장비 대란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에서 수입하던 마스크를 미국이 중간에 가로챘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3만 명을 넘은 미국에선 소독제 등 모든 의료제품이 부족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올려놓은 대중 관세 때문에 수입이 힘들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 세계 마스크 고글 방호복 등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이 코로나19의 ‘발병 원죄국’에서 ‘방역 지원국’으로 변신한 기막힌 이유다.

▷중국은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이기도 하다.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 국가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동안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이루며 세계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과 유럽이 휘청거릴 때 세계 경제를 반등시킨 힘도 중국이었다. 한국 역시 중국의 경제발전에 올라타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호황을 누렸고, 부유한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화장품 식품 의류 수출까지 늘었다.

▷고도성장을 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1분기 성장률이 ―6.8%로 추락했다. 중국의 마이너스 성장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는 세계 경제도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3%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될 한국의 성적이 두렵다.

▷중국을 ‘외발 자전거 탄 코끼리’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발 자전거가 계속 굴러가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처럼, 중국도 일정 수준 경제성장을 해야 사회 경제적 불만을 누르고 정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2021년을 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하는 해로 선전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0년 전의 두 배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올해 5.6% 이상은 성장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해 한편에서는 부실기업들이 쓰러지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온다. 그러나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반등에 더 힘을 싣는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의 재정·금리 정책을 동원할 것이다. 4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시장에 돌아오고 있다. 네슬레 사노피 월마트 등 다국적 식품 제약 소매업체들은 코로나 이후를 노리고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코로나 이후 달라질 중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