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우리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남 탓을 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는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의 봄을 망쳐 놓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 대기오염 물질에 ‘국적’이 있을까? 최근 대기 환경을 위협하는 물질은 미세먼지와 오존이다. 이 두 물질은 인간의 활동으로 직접 배출되기보다는 배출된 다른 오염물질들, 즉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광화학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2차 반응 부산물들이다.
실제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분석에 의하면 중국 내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드는 오염물질 배출 중 약 30%는 중국 외부로 수출하는 재화 생산으로 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동쪽 지역의 대기오염이 악화됐고 그 여파가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던 공업시설들이 중국으로 옮겨간 사실을 언급하며 선진국이 상품은 수입하지만 대기오염은 수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 미세먼지를 단지 중국의 문제로 쉽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에 더해 전 세계 초미세먼지의 성분을 연구한 2016년 대기화학 물리학회지를 살펴보면 중국, 한국, 유럽, 미국 등 국가의 차이 없이 도시의 초미세먼지의 주성분은 공통적으로 황산염, 질산염, 암모늄 등이었다. 이렇게 미세먼지는 여권을 들고 다니지 않는 초국적의 문제인 셈이다.
물론 합리적 대기오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오염물질의 국외 유입량을 정량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국 미세먼지’와 같은 감정적인 표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시작할 즈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수차례 써 논란이 일었다. 초기 대응에 미숙했다는 비판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있었다. 과학적인 분석은 이러한 정치적인 표현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응급구호 연구소장인 제러미 브라운 박사는 자신의 저서 ‘인플루엔자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질병과의 전쟁의 역사’에서 인플루엔자의 어원이 ‘영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단어 ‘Influ‘enza’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한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절 역병이 별이나 행성의 회전축이 어긋나 생기는 ‘영향’에서 생긴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믿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문제에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어딘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출간된 이 책에서 브라운 박사는 독감 대유행은 언젠가 어디서든 벌어질 수밖에 없는,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대기오염이든 독감이든 양상은 다르지만 인류가 겪는 보편적인 문제이다. 편견을 버리고 인류가 같이 고민하고 대처하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