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통합당, 차기 지도체제 갈등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를 수습할 차기 지도체제로 추진하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에 일부 중진 당선자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주 중 당선자 84명을 한데 모아 차기 지도부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당권의 향배를 두고 자중지란이 이어지고 있어 당 안팎에서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3선 고지에 오른 통합당 김태흠 당선자(충남 보령-서천)는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17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우리 당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며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나약하고 줏대 없는 정당이 무슨 미래가 있느냐. 외부인의 손에 맡겨 성공한 전례도 없다”고 했다.
주말 사이 차기 당권 또는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윤상현 권성동 김태호 등 무소속 생환자들에 대한 견제와 이전투구도 이어졌다. 김태흠 당선자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당의 진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 넘는 행동”이라며 “이들의 복당 문제도 새 지도부 이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낙선한 김용태 의원은 18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해 “선거 다음 날 노래방 기계 가져와 춤도 추려 했고, 바로 (차기) 대선 얘기까지 하셨더라”며 “기뻐하시는 것은 대구 지역구 안에서 그쳐 달라”고 했다. 이에 홍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강효상 의원은 “김 의원은 제발 그 가벼운 입을 닫으라. 능력에 비해 당에서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도 총선을 망친 자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맞받아치며 내홍이 격화됐다.
김 전 위원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니 정치를 계속하려면 어떻게 할지 스스로 알 것”이라면서도 “(비대위원장 제안에 대해) 아직도 공식적으로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20일 열리는 통합당 의총은 20대 국회에서 여는 거라 당의 진로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낙선한 심 권한대행 등 기존 지도부가 아니라 21대 국회 당선자 84명의 의중을 한데 모아 비대위원장을 공식 제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