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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근무자는 제외’ 해경청 단체보험…“이럴거면 왜 가입했나?”

입력 | 2020-04-20 16:37:00

해양경찰청 /뉴스1 © News1


지난 2018년부터 함정을 탄 A경위는 최근 함정에서 근무도중 다쳤다.

실손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A경위는 걱정하지 않았다. 해경에서 지난해 12월 실손보험 단체 가입을 했기 때문이다.

A경위는 그러나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해당 보험사에 연락했다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A경위는 왜 보험금을 받을 수 없을까. 이유는 이렇다.

해경이 현대해상과 지난해 12월 가입한 단체보험 약관에는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직업·직무상 선박에 탑승하는 등 행위로 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긴 상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해경대원들은 함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험사측은 다만 함정 밖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A경위에게 설명했다.

A경위는 단체상해보험 가입 당시 함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실손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일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에 따르면 해경은 재직중 상해입원·통원 또는 사망하거나 질병 발병에 따른 입원 치료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현대해상과 공무원단체보험 계약을 맺었다.

올해 가입대상은 1만 1200여명 이다. 2018년도에는 KB국민손해보험과 계약했다.

가입금액은 1인당 6만원에서 13만원이다. 근속 연수 가족수에 따라 가입금액은 달라진다.

문제는 A경위와 같은 사례는 올해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계약 약관에는 선박승무원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2019년에는 A경위와 같은 사례가 총 65명이나 됐다.

이를 두고 해경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A경위의 경우는 다쳐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상으로 인정돼 병원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함정 승무원 보험 제외 여부에 대해선 “함정 승무원 제외에 대한 부분을 검토했지만, 보험사에서 함정 근무에 대한 위험성, 즉 다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 보험사의 이익논리에 의해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험사의 이익 때문에 해경 전체 구성원의 40%에 해당하는 3400여명 직원들의 보험 혜택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된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경 관계자는 “함정 승무원에 대한 보험 혜택이 없다면 굳이 보험료를 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여 2021년에는 이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해경은 단체보험에 함정 승무원을 뺀 두번째 이유로 이중지급 논란을 들었다.

해경 관계자는 “보험에 함정 승무원을 포함할 경우 공무원연금공단과 실손 보험사에서 돈을 이중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함정 승무원을 뺐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해경 내부에선 “수십억원을 보험사측에 납부를 하는데 계약당시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경이 이중지급을 막기 위해 함정 승무원을 뺐다고 주장하지만, 개인 실손 보험에 가입한 대원들의 경우 공무원연금공단과 관계없이 실손 보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경청의 해당 보험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예산 낭비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함정을 타고 있는 B대원은 “해경청에서 보험가입을 신청을 받을 때 함정 승무원 제외 조항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경 대원도 “홍보만 제대로 됐더라도, 개인 실손에 가입한 해경 대원들은 이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예산 낭비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공무원은 공문으로 말한다.공지가 안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보험을 가입하는데 약관을 읽어보는 것도 가입자의 의무이고, 결론적으로 이 보험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병원비를 주지 않냐”고 반박했다.

해경은 올해 복리후생비 예산 75억원 중 단체보험 가입에 38억원(1만1264명)을 지급했다. 그중 함정 근무자 3475명에 대한 보험료로 4억7500만원이 집행됐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