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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전세기 띄워서 우리 교민들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세기 띄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요?”
전세기를 띄우는 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전세기는 일종의 부정기 노선입니다. 특정 요일과 특정 시간대에 운항하는 정기 노선이 아닙니다. 여행사나 기업들이 대규모 탑승객을 유치해서 띄우는 경우가 전세기의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는데요. 항공사들이 특정 기간에만 노선을 운항할 경우도 부정기(전세기) 노선입니다.
전세기를 띄우려면 먼저 A국가의 공항 운항시간 및 슬롯(공항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을 확인한 뒤 운항 시간을 정합니다. 이후 한국 정부가 A국가의 항공당국에 운항허가를 신청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허락을 안 해주면 운항 스케줄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전세기 운항 허가는 통상 5~7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운항 허가 기간이 길어질 수도, 반대로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국가와 국가간 외교적인 노력이 좌우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지역 교민과 주재원 등이 1일 오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4.01 동아일보DB
만약 A 국가에 전세기를 띄우려는 항공사가 A라는 도시(국가)에 처음 간다고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해당 항공사가 처음 가는 곳이면 국토부에서 안전적합성평가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한 예로 중국 우한 지역에 전세기를 띄운 건 대한항공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우한에 취항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발권이나 수속, 각종 조업 등을 위한 인프라가 없고 취항을 하고 있지 않으니 가고 싶어도 전세기를 바로 띄울 수 없었던 겁니다.
전세기 운항까지도 변수가 많습니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한국에 있는 러시아인들의 고국 수송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세기 운항 예정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갑자기 전세기를 취소했습니다. 자국민을 데리고 가는 것임에도 말이죠.
뿐만 아닙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전세기를 띄울 땐 수익도 최대한 고려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편을 띄우는 경우 대게 갈 때는 화물도 승객도 없이 가는 이른바 ‘페리비행’으로 갔다가, 승객들을 다시 태우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 때는 화물을 싣고 갔다가 올 때는 여객을 태우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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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가 현지에서 체류객들을 모아서 항공사에 전세기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호주에서 여행사가 한국으로 전세기를 띄운 적이 있는데요, 여행사가 제시한 편도 비용은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편도 요금 보다 약 40만~60만 원 정도 비싸게 형성됐습니다. 갈 땐 빈 비행기로 가야 하는 항공사들의 비용 보전을 위해 항공료가 높게 형성됐던 겁니다. LCC를 기준으로 동남아를 왕복하는 비용이 6000만~7000만 원 수준입니다. 평소 같으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만 전세기를 띄울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세기를 띄우는 항공사들은 유류비 등 고정 비용 정도만 나와도 전세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간혹 전세기를 띄우는 항공사들에 “왜 이렇게 비싸냐” “왜 자주 안 띄우느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코로나19 위기에 항공사들이 전세기를 띄우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서 국적항공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미도 크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