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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환경차 할인 안 되는 공영 주차장... IoT 공유 주차의 민낯

입력 | 2020-04-20 18:18:00


공영주차장은 주민 편의를 위해 주차 질서를 확립하고, 자동차 교통을 원활하게 하여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설치된다. 사업 목적인 민영 주차장과 다르게, 공익 실현을 위해 정부 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관리한다.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며, 주차장법에 규정된 주차요금의 요율과 징수 방법을 따라 납부 및 갱신도 절차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한정된 공영주차장 공간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해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공유 주차다.

3월 16일, 공유주차로 운영 방식이 변경된 신길역사 환승 주차장. 출처=IT동아


서울시는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주차장 확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 말 기준 등록 대수의 127%의 주차면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가 주차하는 시간과 이동 지역이 바뀌기 때문에 127%의 공간으로도 주차공간이 부족한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인구가 몰리는 낮 시간대 도심지역은 항상 주차장이 부족한 반면, 주택가나 거주지역의 주차장은 널널하다. 거꾸로 밤 시간대 거주지의 주차장은 부족하고, 도심지의 주차 공간은 널널하다. 공유 주차는 이 시간대별로 남는 주차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서로 빈 주차 공간을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민간부터 공영 주차장까지 폭넓게 도입되는 추세

공유주차 도입 후, 아직까지는 이용률이 저조하다. 출처=IT동아


공유 주차는 주차면적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동안 주차 공간을 대여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거주자 우선주차를 임대한 사람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부터 주차를 한다고 치자. 그러면 하루 24시간 중 10시간은 빈 상태로 있다. 기존의 거주자 우선주차는 이 공간이 비어있어도 주차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최근 도입된 사물인터넷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은 센서가 자동으로 주차장의 빈 공간을 감지하고, 앱을 통해 빈 공간에 임시로 주차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현재는 사물인터넷 관련 공유주차 사업자가 민간 혹은 공영 주차장의 운영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공유 주차에 대한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더 쉽고 편리하게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운영 주체인 기관의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공영 주차장 도입은 환영, 하지만 요금 징수에 문제 많아

문제는 요금이다. 주차장 요금의 경우, 주차장법 15조 「관리방법」에 의해 특별시장ㆍ광역시장,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이 설치한 노외주차장의 관리ㆍ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요금 책정이나 할인 요율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인 공영주차장의 요금 체계는 기초자치단체가 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공유주차를 도입해 이용량과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요금 체계를 손질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낮 시간대는 공유 주차로, 밤 시간대는 거주자우선주차로 운영된다. 출처=IT동아


서울 1호선 신길역 환승 주차장은 영등포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4급지 노외 공영주차장이다. 주간에는 시간당 1,200원의 요금이 책정됐고, 야간에는 무료로 개방되는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3월 16일부터 야간 주차는 영등포구 시설관리공단이 거주자우선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주간에는 한컴모빌리티의 파킹프렌즈가 시간 주차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유주차 도입을 통해 앱을 통해 찾아온 방문자가 시간주차를 해 주차 공간이 노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운영 주체의 역량에 따라 주차장 자체의 수익도 더 늘어날 수 있기도 하다.

공유주차를 이용한 공영주차장 이용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출처=영등포구보


공교롭게도 도입 직전인 2019년 6월 28일, 영등포구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를 개정했다. 개정 배경은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는 공영주차장 이용자 및 보훈보상대상자의 주차요금 감면규정을 마련하고, 거주자 우선 주차장 부정주차 요금을 현실화하고자 함'으로 기재돼있으나, 핵심은 별표 1의2로 규정된 거주자 등 전용주차구획 주차요금표에 '공유주차(공유앱, 시간주차권 등) 요금은 할인율 적용 제외'를 신설함에 있다.

주차장에 할인없음 내역이 명시돼있다. 출처=IT동아


보통 주차 앱을 통해 공영주차장을 방문하면, 현장 요원이 할인 여부를 결정해 요금을 정산한다. 반면 파킹프렌즈 앱을 이용해 신길역사 주차장을 예약할 경우,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음은 물론, 현장에서도 할인이 없다는 고지가 명시돼있다. 영등포구가 개정한 조례 내용의 별표 1의2로 인해 공영주차장의 공유주차 및 시간주차가 법으로 규정된 할인율 적용이 제외되도록 한 것이 이유다.

따라서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의해 장애인자동차로 등록된 차량, 국가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5.18민주유공자도 공영주차장에서의 주차 요금을 감면받을 수 없고, 자동차관리법에 의거된 경차, 친환경 차량, 서울시가 발급한 다둥이행복카드로 인한 할인도 받을 수 없다. 거주자 우선 주차같은 장기주차라면 기존처럼 공영주차장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원래 공영주차장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주차 방문자는 공영주차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공유주차를 빌미로 한 요금체계 변경, 성장통 아닌 꼼수

해당 공유 주차장은 반드시 앱이나 ARS로만 결제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해당 주차장이 사물인터넷 주차장을 도입한 이유는 효율적인 주차장 관리를 위해서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차 공간을 확인할 수 있고, 앱을 통한 주차 시간 예약부터 카드 결제까지 편리하게 쓸 수 있다. 구청 입장에서 관리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남는 주차 공간을 활용하고,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공유 주차의 순기능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공영주차장의 공유 주차화를 빌미로, 공영주차장을 통해 배려해야 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수혜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시민 의식이 결여된 기술이 되지 않게, 요금 체계나 이용자에 대해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