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초등학교 1~3학년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9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전국 초중고생 540만 명이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을 받게 됐다. 당초 개학일인 3월 2일 이후 49일 만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5월 5일까지 연장되고 이후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원격수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형식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당국이 접속오류 등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수업의 내용과 수준까지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저학년 개학 첫날 혼란도 각양각색
이날 초3 학생은 온라인, 초1, 2 학생은 EBS방송을 통해 수업이 진행됐다. 예상대로 다양한 혼란을 빚었다. 출석 체크부터 문제였다. 서울 광진구의 초1 학부모 장모 씨(36·여)는 “아침 8시 50분부터 학교가 지정한 민간 출석관리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을 시도했는데 회사 회의가 한창이던 10시 10분에야 로그인이 됐다”며 “학교에 ‘지각이 아니다’고 알리려고 전화했는데 1시간 넘게 통화 중 신호였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온라인 출석 체크 대신 학부모 휴대전화 메시지로 출석을 확인했다.
그동안 수차례 먹통 사태가 일어났던 EBS 온라인클래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 등 학습공유 사이트에선 이날 심각한 접속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초1, 2년을 대상으로 한 EBS방송의 경우 오전 9시 전후로 인터넷을 통한 시청 때 동영상 재생이 안되는 문제가 일부 발생했다. 다만 TV 시청에는 문제가 없었다.
● 콘텐츠 격차 해결이 중요
원격수업이 일주일 이상 진행되면서 교육의 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원격수업을 해본 학생과 이를 옆에서 지켜본 학부모 모두 “수업 내용 및 학사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 해운대구의 중2 학생 할머니인 하모 씨(62)는 “손자 수업을 옆에서 보니 45분 중 20분 정도는 아이들이 떠들거나 집중하지 못해 진행이 안됐다”고 전했다. 수업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원격강의는 ‘실재감’이 떨어져 오프라인과 다르게 집중력을 높이는 강의 구성이 필요하다”며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범 원격수업 사례 논의와 벤치마킹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 관리체계를 정리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초교의 경우 출석은 학부모가 종이에 사인, 과제는 ’위두랑‘ 사이트, 수업은 EBS로 진행한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사이트나 종류가 모두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기 과제로 통합 로그인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