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2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후 생활방역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 언제든지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종 감염병이 2, 3차 유행으로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인 독감이다. 약 3년 간 전세계에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첫 유행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1918년 봄 시작됐다. 여름 들어 확산세가 줄었지만 같은 해 9~11월 치명률이 더 높은 2차 유행이 찾아왔다. 영국의 경우 1차 유행 치명률은 0.5%였지만 2차는 2.5%로 5배가 됐다. 이후 종식되는 듯 하던 스페인 독감은 이듬해인 1919년 초 3차 유행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독감 당시 모범적인 대응사례로 꼽히는 곳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다. 세인트루이스시는 1918년 10월 초부터 학교, 교회,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했다. 환자 증가세가 둔화하자 정치계와 경제계에서 영업 재개 압력이 시작됐다. 시 당국이 11월 중순 일부 극장과 학교 운영을 재개하자 환자가 다시 늘었다. 다시 극장과 학교 폐쇄 조치를 내리고 12월 말까지 유지했다. 1918년 겨울 세인트루이스시의 치명률은 0.36%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필라델피아시(0.75%)의 절반가량이었다.
전문가들은 2차 유행을 막기 위해서 방역의 고삐를 느슨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동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해왔던 규칙을 지켜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탈리아나 중국 우한(武漢)시처럼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는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감염 확대가 첫 피크를 넘으면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바이러스 특성상 중간에 대책을 중단하면 감염 피크가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효한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돼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대책을 계속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