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7>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 고민에 빠졌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항공 엔지니어 시장이 협소해 연구자의 길을 밟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해외로 눈을 돌려봤지만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이 부딪치기엔 엄격한 보안 규정 등으로 한계가 컸다.
졸업 후 방향을 틀어 두산중공업에 입사해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안전을 요구하는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정확한 데이터의 가치를 느끼게 됐다. 마침 대학원에서 무인비행 연구를 같이 하던 동료이자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 수출 기업인 쎄트렉아이에서 일하던 대학 동기와 함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최근 시설안전점검 업계에서는 숙련된 근로자가 밧줄이나 크레인을 타고 시설물에 접근하는 방식 대신에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니어스랩 드론의 특징은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기존에는 반드시 숙련된 드론 조종사가 필요했고, 데이터의 체계적인 축적 기술도 없었다”며 “반면 니어스랩 드론은 3차원 경로의 알고리즘과 충돌 회피 기술 등을 적용해 작업 여건과 상관없이 균일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약 20명인 니어스랩의 독창적인 기술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했다. 2018년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한 엔비디아(NVIDIA)가 주최한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초청돼 세계 인공지능 개발자에게 니어스랩의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니어스랩은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에 특화돼 있는 곳이다. 풍력 발전은 수력이나 원자력 등에 비해 민자 사업체가 상대적으로 많고, 시설 관리에 따라 바람 이용률을 높일 수 있어 안전 점검이 수익에 직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안전 점검을 하기 위해 풍력 발전 날개를 일시 중지시켜야 하는데 숙련된 근로자가 몸을 이끌고 점검하려면 5, 6시간이 필요한 반면에 드론은 15분이면 충분하다. 최 대표는 “안전 점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수리인데, 지금까지는 80% 가까운 노력과 시간을 이동과 육안 점검에 투입해 비효율적이었다”며 “육안 점검 같은 힘든 일은 드론이 맡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게 니어스랩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풍력단지 120여 곳, 550여 대 가운데 절반가량의 발전기가 니어스랩 드론을 통해 안전점검을 받았다. 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수가 20만여 대에 이른다. 현재 풍력발전 안전점검 시장은 3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니어스랩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일본 독일 등의 풍력발전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