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자 반응 속도가 빠르고 배터리 수명이 긴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하드디스크는 낸드플래시로 대체됐으며 이전 D램보다 전력 소모가 줄어든 모바일 전용 디램(LPDDR)이 탄생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연산 능력을 좌우하는 메모리와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PC 대비 데이터 입력장치가 제한적인 스마트폰에는 홍채 인식, 지문 인식 등을 위한 반도체도 요구됐다. 개인 방송 등 콘텐츠 소비가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수요 증가로 데이터 저장량이 폭증하면서 반도체의 양과 질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를 지원하는 정보기술(IT)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들이 저장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연적으로 연산처리를 위한 중앙처리장치(CPU), 고용량 D램 서버용 메모리 모듈 RDIMM,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온라인 세계를 현실 세계와 더 가깝게 구현하기 위한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은 고용량, 고대역폭 메모리(HBM), 데이터 병렬처리가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다. 여기에 모니터, TV, 셋톱박스, 가전제품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많은 제품에도 반도체가 탑재돼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구매하는 반도체 수량이 늘면서 이 회사들의 구매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수십 개의 PC 및 모바일 세트 기업이 구매하는 반도체와 달리,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는 소수의 고객에게 다량으로 판매된다. 이 분야의 수요는 크고 잠재적 가치가 높아 반도체 공급사들은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응해나갈 것이다.
현재 생존한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이 높은 건 물론이고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도 강하다. 전염병으로 촉발된 사회적 변화가 반도체 구매자와 공급사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