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5일 만인 어제 미래통합당이 처음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총은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지지하는 최고위원들과 반대하는 중진 당선자들이 충돌하는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중진 당선자들은 대부분 원내대표 등에 도전할 태세다. 총선 패배의 여진이 걷히기도 전에 벌써부터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에서는 벌써 10명가량의 당선자가 차기 당 대표나 원내대표 경선에 자천타천 도전장을 냈다. 정권 중간평가의 의미가 컸던 총선에서 오히려 국민의 심판을 받아 참패했으면 패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쇄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난파한 배를 바로 세우는 일은 안중에 없고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과 기관사 감투를 차지해 권한을 휘두를 욕심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지역구 선거에서 통합당에 한 표를 던진 1191만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며, 중도층의 환멸을 키워 아예 재기 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자멸행위다.
낙천한 뒤 보수진영 텃밭을 골라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대표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대선고지 선점에 나서려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보수진영에서 정치를 해온 중진들이라면 현재 통합당에 몸담고 있는지를 떠나 모두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자성을 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