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시도는 암살범이 던진 폭탄이 대공 부부의 차를 넘어가는 바람에 혹은 운전수가 폭탄을 발견하고 가속페달을 밟은 덕분에 뒤차에서 터졌다. 부상자가 생겼다. 대공은 충격을 받았고 겁도 났던 모양이지만, 의연함으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일정을 바꿔 병원에 가서 부상자를 위문하겠다고 했다. 조피도 대공의 용기에 동행하겠다고 우겼다.
이날의 경호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엉망이었다. 모두가 음모 가담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미디에 가까운 사고 연발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공의 차는 마지막 암살범, 가장 왜소하고 이미 몸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던, 그러나 최고의 명사수에 진정한 킬러였던 가브릴로 프린치프 앞에서 멈췄다. 그는 단 2발을 발사했는데 한 발은 대공의 목 정맥을, 한 발은 조피의 위장 동맥을 끊었다.
암살범들은 생각도 못 했던 결과였지만, 이 사건으로 1000만이 넘는 생명을 앗아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런데 정작 세르비아 등은 1차대전에서는 소외되었다. 이 암살의 배경인 세르비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이 지역의 복잡한 정세는 근 100년간 방치되다가 20세기 끝 무렵 최악의 내전으로 꼽히는 유고, 코소보 내전으로 폭발했다. 인간은 정말 현명한 걸까?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고등교육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전해주는 것일까? 사라예보의 총성은 아니라고 한다. 사회 전체가 누구도 손쓸 수 없는 격류에 휩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