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마스크 무상공급한 오규석 기장군수
왜 직접 방역을 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오규석 기장군수는 “마음이 급해서…”라고 말했다. 등에 멘 소독약이 든 통은 무게만 20∼30kg에 달하는데 그는 하루에 7, 8통을 뿌린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때도 그는 직접 방역에 나섰다. 기장=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정부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미리 준비한 겁니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경험이 컸는데… 백신도, 치료제도 없으면 방법은 마스크와 손소독제뿐이더라고요. 중국 확산 소식 듣고 1월 말 바로 예비비 편성하고, 직원들에게 전국의 마스크 업체를 샅샅이 찾아서 무조건 ‘구하라’고 했습니다. 아직 다른 지자체에서는 달려들지 않을 때였지요. 2월 26일 1차로 7만여 가구에 35만 장, 노인 어린이 등 감염병 취약층에는 그보다 먼저 배포했는데, 지금까지 모두 170만 장 정도 됩니다. 제가 한의사 출신인 것도 좀 도움이 된 것 같고….” (그래도 전화만 걸면 살 수 있을 때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미리 뛰긴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요. 이런 게 작은 팁인데, 계약할 때 보통 공무원들은 업체 사람들에게 오라고 합니다. ‘사줄게 들어온나’ 이런 식이지요. 한시가 급한데, 오느라 시간도 걸리고, 그러다 보면 업체들은 중간에 돈을 더 주겠다는 쪽이 생기면 옮깁니다. 우린 ‘도와도’ 했지요. 우리가 가서 계약하고, 포장만 해놓으면 직접 가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인력 지원도 했고요.”
―기술자를 지원한 건가요.
“어데요, 그건 아니고… 공장에 가보니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일도 고되더라고요. 와, 난 못하겠습디다. 그런데 그분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게… 정부가 여건은 마련해주지 않고 무조건 물량을 대라고만 한다는 겁니다. 사람도, 원자재도 부족한데 무조건 많이 만들라고…. 요새 영세업체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제가 간 곳도 일손이 없어 생산라인 하나는 못 돌리고 있었지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자들이 제조만 하는 게 아니라 잡일까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대신 해주면 기술자들을 더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군청 간부들도 도왔습니다.”
“어데요, 아파트는 경비실에 놔둘 테니 내려와 가져가라 했고, 자연 부락은 이장님들더러 직접 방문하며 나눠주라 했지요. 받으러 오라고 하면 줄서서 기다리느라 또 감염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메르스 때는 우리 직원들이 집집마다 문고리에 10장씩 일일이 걸어줬는데요. 그에 비하면 이번에는 많이 아쉽지요.” (7만 가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메르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아 가능했는데, 코로나는 워낙 빨라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경비실에 놔두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했지요. 경비실이 없는 곳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배포했는데 동별로 시차를 두고, 줄도 앞뒤 좌우 3m씩 떨어지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언제 하는 겁니까.) “저는 늘 깨어 있으니까….” (스스로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건 좀….) “하이고, 그게 아니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는데 그나마도 자주 깹니다.”
―기장군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어떻습니까.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중인 오규석 군수(오른쪽).
―이후 대응은 어떻게 했습니까.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보건소 직원들을 징계했다고 하던데요.
“징계는 아니고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는데… 차도 없고, 걷기는 먼데 어떻게 진단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택시 타고 오라고 해서….” (그게 규정을 어긴 겁니까?) “진단검사 희망자를 어떻게 데려와야 한다는 지침은 없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감염병은 늘 선제적으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라고 말해왔습니다. 공무원이 다른 이동수단을 고민해, 찾아서 제공하면 안 됩니까? 군청 차를 제공하든지….” (마음은 알겠는데 너무 과도한 요구 아닌가요.) “그런 면도 있는데… 그 사람이 음성이라 다행이지 만약 감염된 무증상자라면 어쩔 뻔했습니까. 이동하면서 전파됐을 거고, 아예 귀찮아서 검사를 안 받기라도 했으면….”
―기장군은 재정이 넉넉한가 봅니다.
“어데요, 우리도 재정자립도가 40%가 안 됩니다. 하지만 쌀독을 빡빡 긁는 심정으로 가용 비용을 최대한 끌어모은 거죠. 전 업무추진비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일을 합니까.) “보통 직원들과의 식사나 경조사비로 많이 나가는데… 저는 이런 걸 꼭 세금으로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디다. 그리고 직원들이 불편해서 나랑 밥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밥 먹다 업무 지시해서…. 1년에 한 5000만 원 정도 됐는데 실제로 거의 쓰지도 않아서 2016년부터는 아예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간부들과 부서에서도 3분의 1로 업무추진비를 줄였는데 일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더군요.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그런 돈을 모아서 예비비로 편성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예비비는 좀 넉넉한 편입니다. 거기서 마스크 등을 지원한 거죠.”
“저도 처음에는 기준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법도, 규정도 없어 정할 수가 없었어요. 기준을 정하다가 시간이 다 갈 것 같기도 했고요.” (재해피해 지원 기준은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재해피해 지원도 늘 아주 좁게 해석해서 보상이 미미합니다. 폭우로 물난리가 나도 완파돼야 쥐꼬리만큼 나오고, 반파는 아예 없어요! 감염병은 아기부터 노인까지 똑같이 걸리는데….” (마음이야 누군들 안 주고 싶겠습니까.) “빡빡 긁어보니 170억 원은 가능하겠더군요. 그래서 역산으로 10만 원이 된 겁니다. 처음부터 얼마를 주자고 정한 게 아니고요.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신청을 안 하기도 하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자신이 받을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예 기부 창구를 만들었지요.”
―전 군민에게 감염병 보험을 들어주려고도 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아, 그게 해보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작년에 재해나 범죄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1000만 원 한도에서 보상해주는 ‘군민안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여기에 감염병도 추가하려 했는데 보험회사에서 상품 개발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감염될지 예측이 안 되고, 타산도 안 맞을 거 같아서가 아닌가 합니다.” (보상 내용이나 가입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보험료는 군이 내주는데, 군민이면 자동 가입되고 전출 시 해지됩니다. 재해나 사고, 범죄 피해 등 보장 내용이 20여 개 있는데 최대 1000만 원 한도지요. 예를 들어 성폭력 범죄나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등도 최대 1000만 원을 보상해줍니다.” (기장군은… 스위스입니까?) “어데요, 아직….”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