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첫날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 수위가 일부 완화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약 두 달 만에 센터를 찾은 여성 회원이 강사에게 운동을 배우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일 오후 2시경 서울 동작구 한 피트니스센터. 요가 강사 노모 씨(32·여)는 꽤나 복잡한 표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5, 6곳에 출강했던 노 씨는 2월 이후 모든 수업이 끊겼다. 이날 거의 두 달 만에 강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센터 측에선 ‘임시’란 단서를 달았다. 센터 관계자는 “상황이 급변하면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20일부터 일부 집단시설의 ‘운영 중단’ 권고를 ‘운영 제한’으로 낮추자 학원과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업소나 이용객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하면서도, 행여 집단 감염이 발생할까 봐 긴장을 풀지 못했다. 정부의 세부 지침을 통보받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업소도 적지 않았다.
○ 막상 문은 열었지만 불안한 학원가
강남역 주변 한 대형 어학원은 벌써부터 ‘자리 경쟁’도 벌어졌다. 로비에 마련한 12인석 책상 등은 오전 11시경부터 빈자리가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개장하자마자 등록생이 평소보다 15% 이상 늘었다”며 “학생들에게 방역지침을 안내하지만 얼마나 잘 지킬지 걱정”이라고 했다.
영세 학원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한파’를 겪고 있기도 했다. 광주 북구에 있는 한 소규모 학원은 40여 일 만에 문을 열었지만 3분의 2 이상 등록하지 않았다. 백우선 광주시 학원연합회 회장은 “영세 학원은 타격 회복이 쉽지 않아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20일 밤 유흥주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유흥주점은 오후 9시 반경 약 20개 좌석이 만석이었다. 20여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밀착해 춤을 췄다. 같은 시간 홍익대 인근의 한 주점 역시 테이블이 꽉 찼고, 마스크를 쓴 고객도 없었다.
○ “마스크 안 써도 되나요?”
정부의 세부 지침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업소도 상당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는 회원마다 “운동하며 마스크 착용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직원 장모 씨(39)는 “한 달 만에 열었는데 ‘마스크 착용’ 관련 공지가 없어 답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환기시설이 부족한 밀집시설도 고민이 크다. 오후 3시경 찾은 888m²(약 268평) 규모의 한 PC방은 좌석이 85개나 되는데 환풍구는 3개뿐이었다. 지하 1층에 창문도 없었다.
종교계 역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3일부터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와 강남구 소망교회 등은 “차츰 오프라인 예배 인원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2월 24일부터 법회 등을 전면 취소했던 대한불교조계종도 “23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방역 지침은 지키겠다”고 했다.
한성희 chef@donga.com·김태언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