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과잉 공급 탓에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선물(先物) 거래의 특성 탓에 벌어진 현상이긴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다른 경제 활동 위축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어 있음을 극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마감된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거래소에서 WTI 선물 거래가 시작된 1983년 이후 마이너스는 처음이다. 전 거래일 종가(18.27달러) 대비 하락률은 ―305.97%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인식하지 못하면서 관련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라는 건 원유 거래자들이 웃돈을 얹어줘야 팔린다는 것으로, 그만큼 석유 수요가 없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원유 트레이더들이 WTI를 누군가에게 넘길 때 배럴당 약 40달러는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된 마당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벌인 유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공급마저 대폭 증가한 상황이다. 여기에 5월 선물 거래 마감일(21일)이 다가오자 원유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을 일제히 매도하려 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