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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에 투자할 걸”…끝 모를 국제유가 추락에 투자자들 ‘패닉’

입력 | 2020-04-21 16:47:00

© News1


“그냥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투자할 걸….”

‘검은 황금’의 끝 모를 추락에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파생결합증권(DLS) 등 원유에 간접투자한 이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초부터 원유 가격이 내리막을 그리다 2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저점을 찍었다’며 유가 반등에 베팅했지만 국제 유가는 바닥을 뚫고 사상 첫 마이너스(―)를 찍었기 때문이다.

● 유가 상승에 배팅했던 투자자들 ‘패닉’

‘동학개미운동’이라 말이 나올 만큼 뜨거웠던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3월 들어 증시를 넘어 유가 관련 상품으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61.1달러 대였던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올해 1월 배럴 당 51.6달러에서 3월 20.5달러로 떨어지자 이제 원유에 투자할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유가를 추종하는 ETF와 ETN에는 하루에 수천억 원 씩 자금이 몰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버리지 ETN 상품(삼성, 신한, NH, 미래에셋 등 4개사 기준)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1월 278억 원에서 3월 3800억 원으로 13배 이상 불어날 정도였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만 제대로 이뤄지면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37.63달러로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KODEX WTI 원유선물(H)’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20일 기준 ―70.0%, ‘TIGER 원유선물Enhanced(H)’은 ―60.25% 수준이다.

● DLS 투자자들도 마음 졸여

DLS 상품에 투자한 이들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미상환 잔액은 9226억 원이다. DLS는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최근의 국제 유가급락으로 대부분의 DLS가 손실구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DLS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2, 3년이기 때문에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투자자들은 돈이 묶인 채 마음을 졸이게 됐고, 만기 때까지도 원유가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는 각종 거래사고도 유발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전날 마이너스로 떨어진 WTI 5월물 가격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당했다. 선물 시장의 예탁평가액이 유지증거금을 밑돌 경우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을 알려야 하지만, 시스템이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증거금 납부기회를 놓친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HTS상의 가격인식 오류로 매도 주문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유가 반등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제활동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유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