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각국이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들을 국내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비가 싼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세워놓고 제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경 간 장벽이 높아지고 방역물자 생산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자, 유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쪽으로 산업 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한국도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에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美日 등 기업 국내 복귀 파격 지원
일본은 과거에도 수도권 규제완화와 노동유연성 제고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대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한 적이 있다. 2015년에 도요타, 2017년에 닛산이 연간 10만 대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북미에서 일본으로 가져왔고 혼다, 캐논 등 대기업도 잇달아 돌아왔다.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35년 만에 일본 내에 공장을 지어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제조업 재건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공장을 불러들인 미국은 이번에도 유턴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비용 10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 정부는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고 고용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국내복귀를 적극 지원해왔다. 이에 힘입어 GE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포드, 애플 등 주요 제조업 기업이 공장을 이전했다. 독일도 해외에 나갔던 기업을 불러들여 제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스마트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의 국내복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도 제조업 복귀 인센티브 늘려야”
해외 기업들의 국내 복귀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상위 1000개 해외진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부만 국내 생산으로 전환돼도 자동차 4만3000개, 전기전자 3만2000개 등 총 1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유턴 기업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소속 곽대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지원법)이 제정된 2014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돌아온 기업은 올 4월 기준으로 68곳이다. 이 중 폐업했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곳을 제외하고 현재 가동 중인 기업은 38개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이 투자한 금액(8970억 원)에 비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246억 원)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이동제한과 해외공장 폐쇄 등을 겪은 각국은 자국 기업을 복귀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