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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구한 알리씨에게 영주권을”…청와대 국민청원

입력 | 2020-04-21 21:19:00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원룸건물 화재 현장에서 주민 10여명을 대피시키고 화상을 입어 입원 중인 알리씨(28·카자흐스탄)의 모습.(장선옥 양양 손양초등학교 교감 제공)2020.4.20/뉴스1 © News1


화마로부터 주민 10여명을 대피시키다 화상까지 입고 치료를 받던 중 불법체류자 신분이 밝혀져 한국을 떠나게 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알리씨(28)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알리씨 돕기 여론이 일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알리씨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내용의 청원이 3건 올라와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총 53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들 청원인은 프랑스에서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영주권을 부여한 것 등을 선례로 들기도 했다.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22분쯤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자신이 거주하는 원룸 건물 3층에서 불이 나자 ‘불이 났다’고 외치며 해당 건물 주민 10여명을 대피시켰다.

그는 2층에 살던 한 여성이 대피하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도시 가스관과 창틀을 밟고 옥상에서 늘어진 TV 유선줄을 잡고 불길이 솟는 방으로 구조를 시도하다 목, 등, 귀, 손에 2~3도에 이르는 화상을 입었다.

당시 주민들을 대피시킨 알리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에 소방과 경찰이 도착한 직후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옆건물에 살면서 주민을 대피시킨 외국인 노동자의 소식을 알게된 장선옥 손양초등학교 교감과 이웃 주민들은 수소문 끝에 입원 치료 형편이 안 되는 알리씨를 찾아 병원에 입원시켰다.

주민들은 알리씨의 치료를 위해 700만원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알리씨가 불법체류자로 고향에 아내와 아이 둘을 부양하는 사실이 알려졌고, 알리씨는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 신고했다. 알리씨는 5월1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장 교감 등 주민들은 알리씨를 돕기 위해 양양군에 의사상자 지정을 요청했지만, 의사상자 대상 증빙 서류로 화재 수사 기록이 필요한 상황에서 화재 피해자 부검까지 2개월 가량 소요돼 알리씨가 출국길에 오르기 전 의사상자 지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장 교감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우리 국민 10여명을 불길에서 구했다”며 “알리씨를 의사상자로 선정해 이 땅에 사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록 불법이라도 옳은 일을 했을 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양=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