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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美분담금 이견 장기화, 유동적 안보상황에 동맹균열 없어야

입력 | 2020-04-22 00: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일정 금액(방위비)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우리는 더 큰 비율의 지불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실무 협상에서 잠정 타결된 ‘10%+α’ 인상안을 자신이 거부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당분간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을 분위기여서 한미 분담금 협상은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다. 미국은 협상 시작부터 기존의 5배인 5조 원대를 요구했고, 몇 달 전까지도 미군의 역외훈련과 순환배치 비용까지 포함한 3조∼4조 원 수준을 고집했다. 한미 간 분담금 갈등은 혈맹의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빗나간 동맹관 탓이 크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이슈화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분담금 협상 연내 타결이 무산된 직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대비해야 한다. 동맹의 가치는 돈으로 잴 수도 없지만, 돈 때문에 소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분담금 협상이 기약 없이 표류할 경우 한미 동맹 균열의 신호로 비칠 수 있다. 북핵·미사일 위협은 상존하고 있고, 북한 권부의 이상설까지 나도는 상황에서 우리 안보는 한미 연합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 차원의 잠정 타결을 거부한 이상 분담금 문제는 한미 정상 차원의 논의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