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에 공장 가동률 낮추고 정기보수 앞당겨 "세금 유예 넘어 원유관세 축소 등 세제 감면 절실"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실물경기 회복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만큼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이너스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에 원유를 가져갈 곳이 없어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은 보관 기간을 최대 6개월로 권장하고는 있다. 1~2개월 정도 더 저장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이마저도 저장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상적이라면 정유 항공 같은 실물수요자가 물량을 받아가는데,수요가 망가진 탓에 재고탱크에빈 공간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유회사들은 수요 절벽에 대비해 정유 공장 가동률을 85% 미만으로 낮추고, 정기보수 앞당기기, 희망 퇴직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다. 여기에 5~6월 예정된 정기 보수를 1~2주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에 들어가면 가동률은 현 수준보다 약 10%포인트 더 내려간다.
정부는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재고로 고심 중인 정유사에 석유 제품 저장 창고를 개방하고,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를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세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율 3%인 원유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라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석유수입부과금은 유예가 아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개별소비세나 부가가치세 등도 감면 혹은 탄력세율 적용 등의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은 비산유국 중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다. OECD 비산유국들은 기초 원자재인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산유국인 미국이 관세를 배럴당 5.25센트씩 부과한다.정유 4사가 지난해 정부에 낸 석유수입부과금은 1조4086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납부 유예를 골자로 하는 지원대책으로는 돈맥경화(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며 “요즘처럼 시황이 나쁠 때는 한시적으로라도 원유 관세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유가 급락, 수요 감소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마이너스 정제마진도 당분간 계속돼 정유회사들의 실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