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폐업에 철거업체 씁쓸한 호황 임시휴업 버티던 식당 결국 폐업… 주인 “두달간 임차료만 내 시원섭섭” 철거업체 “의뢰 건수 2, 3배 늘어… 다 잘돼야 하는데 좋지만은 않아” 문닫은 업소 정리비용도 큰 부담… “영세업자 폐업 지원금 확대해야”
20일 오후 1시경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식당. 철거업체 직원이 폐업한 식당 내부 벽면에서 나무판자를 떼어내고 있다. 부천=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20일 오후 2시경 경기 부천에 있는 한 식당.
실은 ‘식당’이라 부르기엔 이미 형체도 찾기 힘들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철거 작업이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 19평(약 62.8m²) 남짓한 식당 바닥엔 홀과 주방을 부수며 떨어진 식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장 김모 씨(44)는 애써 “시원섭섭하다”며 웃어 보이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식당 간판이 떨어져 나가자, 그는 고개를 돌린 채 허공을 쳐다봤다.
김 씨가 부천에 가게를 낸 건 2016년 9월. 경기는 줄곧 나빴지만 나름 단골도 늘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올 초 코로나19에 모든 게 휩쓸려 가버렸다. 2월부터 임시휴업까지 강행하며 버텼지만 매달 200만 원의 임차료는 빚으로 쌓여 갔다. 결국 김 씨는 15일 폐업 철거업체에 전화했다.
“그나마 전 사정이 나은 편이죠. 이달에 계약이 종료돼 이렇게 빠져나갈 수라도 있으니. 보증금 받으면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할 방편을 찾아봐야죠. 옆에 있는 횟집 보이죠? 거기도 3개월째 휴업 중인데 계약 기간이 남아서 짐도 못 빼는 형편이에요. 이 상가에서만 최근에 4곳이나 폐업했습니다.”
폐업 자체도 힘든 결정이지만, 그마저도 영세업자들은 선뜻 택하기 어렵다. 철거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도권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39·여)도 최근 폐업을 마음먹었지만 돈 때문에 최종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박 씨는 “업체에 문의했더니 내부 철거와 원상 복구 비용만 최소 2000만 원이 들 거라고 했다”며 “오랜 임시휴업으로 임차료만 2000만 원 넘게 생으로 내느라 모아둔 돈도 다 떨어졌다. 돈 없어 폐업도 못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철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 3개월씩 영업을 못 한 자영업자에겐 철거비용 등이 큰 부담”이라며 “영세업자들을 대상으로 폐업지원금을 늘려 최소한의 살길이라도 터줘야 한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