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이상설]전세계 北권력구조 변화 가능성에 촉각
올해 1월 고모 김경희와 함께 공연 보는 김여정 올해 1월 25일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앞줄 왼쪽)가 조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앞줄 가운데)과 함께 평양의 삼지연극장에서 신년 기념공연을 참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 전 비서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배우자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된 지 6년 만이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이 수술 등 신변이상을 이유로 집무를 볼 수 없는 기간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동생’이자 ‘차기 후계 대상인 아이들의 고모’ 역할로 사태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김씨 일가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김여정이 그간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해왔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그간에도 여러 번 있었던 만큼 이미 북한에선 김여정의 ‘임시 대리자’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김여정은 북한의 숨은 2인자로 평가돼 왔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직접 전달한 게 시작이었다. 뒤이은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오빠를 보좌했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나온 이후 김여정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20일(현지 시간) “(김여정은)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스위스 유학 시절 김정은과 김여정은 한집에 살며 공동운명체라는 엄청난 의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여정은 본인 권력보다는 오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조력자였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김여정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일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가 아닌 데다 아직 유교적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대외적인 상황보다는 대내적인 동요를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이 현재 상태를 일부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친형인 김정철, 숙부인 김평일이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은 서방 세계의 도움을 받아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북한 핵심 권력에서 멀어져 있고, 당이나 군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첫째는 2010년생 아들, 둘째는 2013년생 딸, 그리고 셋째는 2017년 출생했으나 성별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린 만큼 아직 ‘4대 세습’이란 말 자체를 꺼내기 이르다는 평가다. 앞서 김정일은 54세에, 김 위원장은 28세에 권력을 승계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