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가 텍사스, 오클라호마주 등 미 내륙이란 점이 마이너스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종식과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지 저장시설은 2주면 꽉 찰 것이란 전망 때문에 아무도 5월 생산될 원유를 미리 구매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유정 특성상 수도꼭지 잠그듯 생산을 멈추기도 어렵다. 바다까지 옮겨 해외로 수출하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차라리 가져가는 사람에게 웃돈을 얹어주는 게 낫게 된 것이다. 같은 날 해상유전에서 생산돼 유조선으로 실어 나르기 편한 북해산 브렌트유는 25.57달러에 거래됐다. WTI도 코로나 영향이 적어질 6월 인도분은 21달러 선을 유지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독려 끝에 23개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는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루 3000만 배럴 줄어든 세계 원유 수요를 고려하면 너무 적어 가격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유가를 끌어내려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을 고사시키는 게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속마음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유 값이 떨어져도 판매가의 60% 이상이 세금인 휘발유 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위기에 빠진 정유업계는 유류세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지만 세수의 10% 정도인 에너지세를 깎아줬다가 재정에 구멍이 뚫릴까 봐 정부는 소극적이다. 원유 값이 떨어지면 대형 LNG선을 생산하는 조선업,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는다. 마이너스 유가가 경제에 희소식만은 아닌 이유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