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 위기를 희생양 데려다 덮어씌우는 방편" "심재철 비대위 결정은 위임된 권한 넘어서는 일" "새로운 당선자들 있는데 비대위가 역할 못할 것"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가 향후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꾸려가기로 22일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맡는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또 다시 비대위 체제에 의존하는 것이 결국 당의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다.
김영우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 참으로 답답하다. 20대 국회 현역의원과 21대 국회 당선자에게 당사무처에서 전화 여론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로 가기로 했단다”라며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 그것도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라고 개탄했다.
인명진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통합당의 고질병”이라며 “걸핏하면 비대위 체제로 가고 비대위 체제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본인들의 위기와 잘못을 희생양을 데려다 덮어씌워서 위기를 모면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일시적인 방편”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본인들 당의 문제면 싫으나 좋으나 스스로 해결해야 자생력도 생기는 것 아닌가”라며 “김종인씨를 비대위원장 시켜서 종신으로 한다고 하면 이해가 가겠다. 그러나 그분의 리더십에 의해서 유지된 당이라면 그분이 그만두면 또 문제가 생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당에서 비대위원장 하면 공천권을 쥐었다든지 대권후보가 됐다든지 이럴 때 힘이 있는 것”이라며 “이분은 가셔서 혹시 봉변당하는 것 아닌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새로운 비대위를 결정하는 것이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총선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당내 논의가 산으로 오르고 있다”며 “질서 있는 퇴각, 전열의 재정비로 가지 못하고 뒤죽박죽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 새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의 선출”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당선자들이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단계를 거치지 않은 만큼, 지금 꾸려지는 비대위가 결국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윤여준 전 장관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총선 직후에 만들어지는 비대위는 사실 별 역할을 하기 어렵다. 왜냐면 새로운 당선자들이 자기들이 당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 당을 확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도록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