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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샘추위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원주의 날飛]

입력 | 2020-04-22 17:13:00


봄바람이 붑니다. 불기는 부는데, 너무 심하게 붑니다. 2020년 4월 22일 오전 기준으로 남부와 충남 일부를 제외한 거의 전국 각지에 강풍 특보가 내려졌습니다. 강한 바람과 함께 기온도 뚝 떨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지역 제주 서귀포의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7.9도. 다른 해라면 12도 안팎에서 맴돌아야 할 기온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이날 전국적으로 아침 기온이 10도를 넘는 지역이 없었습니다.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크게 떨어졌던 21일 몸을 움츠린 채 서울 세종로네거리를 지나고 있는 시민들.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강풍에 추위까지 한꺼번에 찾아온 이유는 러시아 사할린에 중심이 자리 잡고 있는 저기압과 몽골 동쪽에 자리잡은 고기압 때문입니다. 고기압이 매우 크고 강력하다보니 저기압도 따라서 크고 강력해졌습니다. 몽골 쪽에서 고기압이 아주 차가운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공급하면,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이 찬 공기를 강한 바람으로 한반도까지 쓸어내려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22일 오전 9시 우리나라 주변 상공 5.5km 일기도. 몽골 동쪽에 있는 고기압이 공급한 차가운 공기가 사할린에 중심을 둔 저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빠르게 가속되면서 한반도 전역에 강풍이 불었습니다. 자료: 기상청



추위가 풀리려면 몽골 쪽 고기압이 약해지거나 아니면 사할린 쪽 저기압이 빨리 멀리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고기압은 워낙 세력이 강해 쉽게 약해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저기압은 태평양 서쪽(일본과 사할린의 동쪽 바다)에 있는 다른 고기압에 가로막혀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입니다.


21일 새벽~22일 아침 사이 강풍을 만든 저기압이 이동하는 모습. 이동 속도가 더뎌 이번주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자료: 기상청



여기에 이번 강풍에는 불청객이 또 하나 찾아왔습니다. 황사입니다. 22일 오전 9시에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99㎍/㎥까지로 올라갔습니다. 하루 전 같은 시간과 비교할 때 280% 짙어진 수치입니다. 반면 초미세먼지(PM2.5)는 전날(12㎍/㎥)과 크게 다르지 않은 17㎍/㎥을 기록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높은데 초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지 않는 경우는 대기환경 오염 때문이 아닌 황사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21일과 22일 오전 9시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 비교.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낮은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경우 대기오염 때문이 아닌 황사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 서울시



통상 바람이 강하게 불면 오염물질이 흩어져 공기가 깨끗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바람은 황사의 발원지를 거쳐 우리나라까지 날아오기 때문에 이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졌습니다. 위에서 찬 공기를 보내는 고기압이 몽골 서쪽에 있다고 전해드렸는데, 여기서 찬 공기가 이동하는 경로에 중국과 몽골 국경에 걸쳐 있는 고비 사막이 있습니다. 고비 사막은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 발원지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에 부는 강풍이 이동한 경로. 몽골 고비사막을 지나면서 황사까지 같이 유입됐습니다. 지도정보: 구글어스



그러면 바람은 언제쯤 잦아지고, 날은 또 언제쯤 풀릴까요. 기상청은 우선 고비는 지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3일을 기점으로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고, 거센 강풍도 조금씩 잦아들 걸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번 주말까지는 평년에 비해 기온이 낮고 돌풍이 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오는 토요일인 25일 쯤에 다시 한 번 강한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사실 이달 말까지는 아침 최저기온이 평년에 비해 다소 낮은 날씨가 계속 되겠지만 그래도 주말을 지나고 나면 날씨는 상당히 풀리고, 낮 기온은 제법 올라갈 걸로 예상됩니다.

4월 23일부터 30일까지의 최고, 최저기온 예보. 자료: 기상청



날씨가 이렇다보니 일교차가 걱정입니다. 기온 폭이 매일 10도 이상 되는 날이 이어지다보면 감기도 걸리기 쉽습니다. 마른기침 한 번만 해도 겁이 덜컥 나는 때인 만큼, 건강 관리에 더 유의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